1. 멜라민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 중국 신화통신 보도를 보면, 멜라민이 섞여있는 유제품으로 인해 어제까지 어린이 만 2천 892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그 중 104명이 중태라고 합니다. 목숨을 잃은 아이는 4명이랍니다.
@멜라민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중국산 분유들(sbs 뉴스)
- 분유, 분유 외 다른 유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고, 이런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식품(초콜릿 가공품, 빵, 과자 등등)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풍문이 번져가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물고기 사료에서 멜라민 성분이 확인됐다고 하고요, 그 사료를 먹은 물고기 일부는 폐사했습니다. 멜라민 공포, 곧 중국산 식품에 대한 공포입니다.
@멜라민 성분이 검출된 물고기 사료(sbs 뉴스)
2. 멜라민은 요소를 원료로 한 유기질소화합물의 일종으로 멜라민 수지의 주 원료라고 합니다. 합성수지, 본드, 플라스틱, 비료 등에 주로 사용되고요, 1980년대 이전엔 동물 사료에도 사용됐지만 1978년부터 사료 사용이 금지됐다고 하네요.
- 하지만 그 뒤에도 멜라민은 공공연히 사용됐었고, 작년에 미국에서 중국산 사료를 먹은 개와 고양이가 신부전증으로 잇따라 죽어가면서(물론 멜라민이 섞여 있었다죠.) 멜라민의 위해성이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고 합니다.
- 이후 미국 FDA에서 멜라민 '내용 1일 섭취량' (TDI)을 정했는데 이는 평생동안 매일 섭취해도 위해성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량으로, 하루에 1킬로그램 당 630마이크로그램입니다. 이번 중국산 분유 파동에서 가장 많이 멜라민이 나온 분유의 경우, 1킬로그램에 약 2천 6백밀리그램이 나왔다고 하니, 계산해보면 몸무게가 30킬로그램 나가는 어린이라면 이 분유를 매일 0.7그램만 먹으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3. 왜 멜라민을 넣었을까? 일부러 먹고 아프라고 넣지는 않았겠죠?
- 멜라민은 요소를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질소함량이 67%에 이른다고 합니다. 분유나 우유 같은 유제품의 주성분은 단백질로, 단백질 함량이 품질관리 기준이 되는데요, 우유에 물을 타서 양만 늘리는 그런 짓을 막기 위해 유제품 품질관리에서는 단백질이 적정기준만큼 들어있는지 측정하는데 이 측정은 단백질 속의 질소를 측정해 단백질 양을 유추해내는 방식입니다.
- 이 방식에 따라, 거꾸로 질소 성분을 넣어 단백질이 많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방식이 등장했는데요, (머리들 좋습니다..;;;) 여기에 멜라민이 쓰인 겁니다.
- 멜라민 자체의 급성 독성은 낮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급성 독성이란 먹으면 바로 나타나는 독성을 의미하는데요, 생쥐 실험을 해보니, 멜라민의 급성 독성은 소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죠. (멜라민 든 분유를 먹는 거나, 분유에 소금을 타 먹는 거나 비슷하다는...) 하지만 만성 독성, 즉 장기간 매일 먹었을 경우에는 멜라민에 든 어떤 산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신장과 방광의 결석이나 신부전증을 부를 가능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사료 사용을 금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일부 중국인들은... 이를 지키지 않았던 거죠.
@멜라민 분유 먹고 탈난 아기, 불쌍타.(cctv, sbs 뉴스)
4. 국내에는 멜라민 제품 있나?
국내에는 식약청과 농식품부 발표대로라면 문제의 분유나 유제품은 수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중국산 유제품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은 식약청 발표를 보면, 올 들어서만 4천 6백 톤가량이 수입됐는데요.
- 식약청은 분유나 우유 등과는 달리, 유제품 원료 가공식품은 함량이 낮은데다 매일 장기간 먹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위해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산이라고 찍혀있는 제품들 말고 OEM 방식으로 제조돼 다른 나라 제품으로 팔리는 식품이나 중국에서 반제품 형태로 생산된 뒤 한국에 들어와 포장만 하는 식품이라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유제품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을 수거 검사해 멜라민이 검출되는지 실험해보고요, 혹시라도 검출되면 전량 회수, 폐기 처분하겠다고 합니다.
5. 신뢰 없는 사회, 소비자의 이유있는 불안
- 식약청 발표를 믿는다면 국내 유제품이나 가공식품은 불안해하지 말고 이전처럼 먹으면 됩니다. 지금처럼 멜라민에 대해, 멜라민이 들어있을지도 모를 식품에 대해 보이는 공포는 과도하다는 생각입니다. 멜라민 정도의 만성 독성을 지닌 식품은, 이를테면 각종 방부제류(안식향산 나트륨이라든가)의 식품첨가물처럼 널려있고, 우리는 자주 먹고 있습니다.
사용금지된 멜라민을 사용했다는 것, 그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은 물론 문제지만, 얼마 전 기억을 떠올려봐도, 생쥐깡이나 칼날 참치, 구두충 꽁치 등 도저히 못 먹을 것처럼 보이던 식품들이 널려있던 올 상반기, 이물질 파동이 잠잠해진 지금 돌아보면, 식품업체의 다소 공허한 선언 "식품 위생에 최선을..." 이외에는 변한 건 없고 꺼림칙했던 기억은 잊은 채 우리는 당시 문제 식품들을 잘 먹고 있습니다. 별다른 이상도 없었습니다.
논리적으로 볼 때는, 당국의 발표는 일단 믿어주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안은 대개 정서적인 데서 오기에, "그래도 왠지 꺼림칙하다"는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감정이죠.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고, 식품업체의 결백 주장을 믿기 어렵고, 또 자정 노력 선언도 거짓말 같고... 많이 속아왔다는 역사적 경험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는 한, 이런 일들이 불거질 때마다 확산되는 비논리적인 불안과 공포는 계속될 것이란 생각에 입맛이 씁니다.
하나 더, 이 공포가 중국발이라는 점, 신뢰가 무너지기론 우리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듯한 그 나라가 미국이 차지하고 있던 초강대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위치까지 왔다는 점도 또한 그렇고요.
[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