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바다숲이 죽어간다

환경오염과 갯녹음 현상, 그 대안은?


갯녹음 현상, 백화(白化, whitening) 현상이라고도 합니다. 바닷속에 떠다니는 탄산칼슘이 바위에 붙어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동해안에 최근 십 수년 간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있었지만, 청정해역으로 이름난 독도까지 번졌다는 건 지난 2000년부터 학계에 보고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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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녹음 현상이 심해지면 바위에 붙어서 살아가는 해조류가 번식을 못하게 되고요, 그에 따라 물고기의 서식도 자연히 어려워지게 됩니다. 물고기가 알을 낳고, 알에서 태어난 어린 물고기들이 포식자들로부터 숨을 곳을 제공해주는 곳이 바로 해조류로 무성한 바다숲이니까요. 물고기들의 먹이인 플랑크톤도 바다숲을 중심으로 살아가게 마련이니, 갯녹음 현상은 곧 바다 생태계의 파괴를 의미하는 음울한 전주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독도 취재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동해안의 갯녹음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생생한 영상으로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일본의 '도발'로 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고 스스로 평가해봅니다. 다만 짧은 리포트에서 얘기하지 못했던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갯녹음 현상은 왜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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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없습니다. 아직 '이런 게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뿐, 왜 그러느냐, 에 대한 답은 어느 누구도 뾰족하게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갯녹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몇 가지 요인을 의심하고는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게떼의 이상 번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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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도시에서만 나고 자라서 '마린블루스'의 성게군, 정도로만 알고 있는 성게를 직접 보니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떼지어 바위에 붙어있는 모습을 마냥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겠더군요. 이 성게떼가 해조류인 감태나 대황의 뿌리를 갉아먹어 그나마 있는 해조류를 그야말로 '말라죽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러면 성게떼는 왜 '이상 번식'할까요. 지구 온난화 때문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환경오염과는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그에 대한 답은, 의심은 간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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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취재에서 갯녹음 현상이 확산된 것으로 확인된 지역을 그려봤습니다. 선착장과 독도 경비대원들이 지내고 있는 동도 주변 바다에서부터 갯녹음 현상이 시작된 뒤로 서도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아실 수 있겠지요. 현장에서 조사활동을 했던 분의 말로는 뱃길과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합니다. 배가 지나다니면서 만들어내는 물살에 해조류가 바위에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접안시설을 설치할 때 나오는 콘크리트 찌꺼기, 생활 오폐수들도 바다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독도 유인화 정책은?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영토 분쟁 - 개인적으로는 분쟁, 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기분 나쁘긴 합니다만 - 과도 얽혀있어 더욱 그러하지요. 무엇보다도 갯녹음 현상은 독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동해안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독도 유인화 정책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언급을 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 아니면, 사안의 초점을 흐리는 일이라 판단해 이번 리포트에서는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도 갯녹음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뚜렷하게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년생 해조류인 대황과 감태를 뿌리내리는 방안을 생각해냈지만 이마저도 성게가 갉아먹고 있는데다가, 다년생 해조가 자라면 단년생 해조가 자라지 못하는 딜레마까지 있다고 하네요.

반복되는 논쟁거리인 개발과 보전의 딜레마, 되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도와 서도를 매립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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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한승환 기자는 2007년 SBS에 입사해 이제 막 취재를 시작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호리호리 마른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취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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