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향방 '주목'…대타협이냐 혼란이냐

한·미·일 권력교체기-북 이상기류 '한국 역할' 변수..종합 대응전략 필요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비밀 핵개발 의혹으로 촉발된 2차 핵위기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국들이 모두 과도기적 혼란이나 비상 상황에 처해있어 자칫 미묘한 돌발 변수에 의해서도 전체 국면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포착할 경우 예상을 뛰어넘는 대타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정권교체에 따른 적응기를 겪고 있거나 겪어야 할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10년간의 진보정권을 대신해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등장했고 미국은 조만간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등장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8년간의 부시 정부가 추진해온 '테러와의 전쟁'을 계승하느냐 중단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하고 그 와중에서 '악의 축'의 일원으로 지목된 북한과의 핵협상과 6자회담도 중대 한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에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까지 겹쳐 한반도 주변의 '권력공백'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발 대혼란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동맹국과 함께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서두르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북한의 미래를 감안해 '마지막 결단'을 할 경우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HEU) 파문' 이후 6년 간 숨막히는 대결을 펼쳐온 미국과 북한이 대타협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완전히 새로운 판짜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이라는 대형 변수를 확인한 뒤 향후 북한의 미래를 상정한 각종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도 그동안 서방권과 자국간 완충지역 역할을 해온 한반도 북쪽(북한)의 성격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를 향해 '내부적으로는 제 정파를 아우르고 동맹국과 주변국과는 국가이익을 함께 하며 북한에는 서두른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는'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는 '북한 급변 사태 대비책' 보강과 관련, 자칫 북한과 주변국을 자극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2004년 미국측 주도로 추진됐던 한.미 양국 군의 대비방안인 '작전계획 5029'의 경우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던 1기 부시 행정부 시절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주축으로 '북한의 핵무기 유출을 상정한 대북 군사적 선제공격'을 위한 성격이 짙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12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최근 한미간 논의되고 있는 작전계획 5029는 선제공격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지금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고 북한이 급변사태라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사태의 변화를 관찰해 나가면서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북에서 급변사태가 났다고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라고 하는 것은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작전계획 5029의 경우 '한미 연합병력(미군포함)의 북한에서의 작전수행'을 우려하는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한국 정부가 사실상 확인해 준 과정과 관련,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중요한 것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정부처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외교소식통도 "미국의 백악관이 철저하게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 확인을 북한측에 일임한 태도와 비교된다"면서 "추후 북한의 수뇌부가 불쾌한 감정을 가질 경우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어려울 수록 전통적인 한·미 공조의 강화와 함께 남북 소통의 길을 찾아야 하며 한국과 중국간 긴밀한 조율 유지 등 '3박자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반도 정세의 핵심 현안인 북핵 문제의 경우 미국과 북한의 팽팽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지만 의장국 중국의 중재역할 외에 한국이 그동안 수행해온 '독특한 역할'이 사라진 것은 현 정부가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와병설이든 급변사태 대응이든 6자회담의 틀을 잘 살려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선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 관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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