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을 이끈 달러강세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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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걱정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강만수 장관의 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개입을 선언하고 외환보유고를 쏟아부을 때 그런 행동이 환율 안정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투기세력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는데 결국 한 달 여만에 원.달러 환율이 개입선언 당시보다 훨씬 뛰어버렸습니다.

잘못된 신호를 받은 외환시장 참여자들 가운데는 정부의 개입 이후 잠시 환율이 안정을 찾게되니 그런 상황이 오래 갈 것이라고 판단해 지금 낭패를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KIKO라는 통화파생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아주 울상입니다. 이 상품은 주로 원.달러 환율이 930~950원대 일 것으로 전망하고 환차손 피해를 줄여보자고 가입한 것인데 11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되자 손실만 커진 셈이죠.

상품구조가 원.달러 환율이 930원 밑으로 떨어져도 930원에서 950원으로 팔 수 있는 반면 만약 환율이 950원보다 오르면 계약금액의 2배 가까운 달러를 계약당시의 싼 가격으로 팔아야 하기때문입니다. 이 상품한 가입한 기업들 손실이 '조' 단위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한 달 동안 환율상승이 주춤할 때 정부만 믿고 '돌려막기'를 한 기업들은 이제와 '비명'을 지르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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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원.달러 환율이 왜 오르고 있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1년여 동안 계속됐던 달러약세, 즉 달러표시자산의 가치하락이 주춤하고 달러강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때문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통화에 대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다만 우리나라는 한 달여 동안 정부개입에 따른 반작용과 9월에 단기외채 상환이 몰리면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소문'으로 다른 나라 통화보다 변동폭이 큰 상황입니다.

그런데 달러가 왜 갑자기 강세로 돌아선 걸까요? 참고로 달러약세를 불러온 것은 미국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연방기금 금리를 1년동안 5.25%에서 2%까지 낮췄기때문인데 이제 미 금융위기가 해결국면에 접어들고 경기침체 우려도 사라진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국면은 미국 경제의 위기가 해소됐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럽과 일본 경제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그동안 금리를 낮춘 미국에 비해 1년여 동안 금리인하에 소극적이었던 유럽중앙은행이 실물경기 둔화를 견디지 못하고 금리를 낮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다시말해 미국은 매를 그나마 많이 맞았고 그러면서 금리를 낮췄는데 유럽은 아직 매를 제대로 맞지도 않았고 금리도 낮추지 않았으니 앞으로 내릴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바탕으로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죠.실제로 앞으로는 미국 경제는 회복 여부에 초점이 맞추질 테지만 유럽경제는 악화 정도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문제는 결국 이렇게 누가 더 '못난 경제' 이냐를 따지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달러강세는 이를 추세적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정책대응을 하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를 맞을 만큼 맞았다지만 아직 미국 경기침체의 뇌관인 주택시장은 바닥을 쳤다는 징조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2006년 주택시장 거품 당시 집 값이 장기추세보다 60% 높았는데 거품이 빠졌다는 지금도 여전히 15%나 높습니다. 쉽게 말해 아직 15% 정도 집 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거죠.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비롯한 모기지 시장 상황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마틴 펠트스타인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천 만명의 집주인들이 집 값보다 빚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모기지를 받은 사람의 20%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은 빚이 집 값보다 20%나 더 많은 위험그룹-negative equity group-입니다.  만약 앞으로 집 값이 15% 정도 더 떨어지면 이 위험그룹이 2천만명이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때문에 집 값 하락 압력은 높아지고 있고 모지기를 담보로 한 채권을 비롯한 금융상품과 각종 파생상품은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거죠. 미국 경제를 사실상 지탱하고 있는 기둥인 패니매와 프래디맥이 흔들리고 리만브라더스가 자금조달을 못해 한국 산업은행에까지 손을 벌리는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미 연방기금금리는 1년동안 2%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모기지 이자는 오히려 1년 전보다 높은 수준인 이유도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돈을 구하기 어렵기때문입니다.

미국 경제는 주택시장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의미있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만약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FRB가 또다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미국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달러강세는 추세적인 흐름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혹시 우리 정책담당자들이 달러강세를 계기로 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수출 대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해 보겠다는 생각을 다시 가지려 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이는 또한번 잘못된 정책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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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환율 상승으로 덕을 보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수출 대기업들의 주된 수출시장이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인데 앞서 설명한 대로 지금의 달러강세는 이 가운데 최근 우리의 수출에서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유럽경제의 악화 전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덕보다는 수출감소로 인한 손실이 클 수 있다는 거죠. 주식시장에서 상반기와는 달리 이들 수출 대기업들의 주가가 환율급등에도 잘 나가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우려를 담고 있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시장에 맡겨두어야 할 환율을 취임 초부터 인위적으로 개입해 냉탕,온탕을 오가며 그렇지 않아도 힘든 우리 경제는 치러지 않았어도 될 비용을 너무 많이 치르고 있습니다. 부디 국제시장에서 한국 외환시장이 정부개입보다는 수요.공급에 따라 예측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을 하루속히 심어주는 것이 환율의 급등락으로 경제주체들이 필요이상의 비용을 치르는 상황을 끊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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