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꿀맛을 알아?????

지리산 반달곰의 토종꿀 습격 사건


지난 2004년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기억나시나요?

천연기념물 제329호인데도 멸종 위기에 맞닥뜨린 반달가슴곰..

그동안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으로 반달곰의 안식처를 빼앗은 만큼 인간들이 나서 반달곰을 다시 살려보자는 취지로 반달곰의 방사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방사된 곰들 가운데에는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수된 '천왕이'같은 곰이 있는가 하면, 지리산을 보금자리 삼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곰도 아직 16마리나 있습니다.

이들의 나이는 벌써 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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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인 남자 키만큼 훌쩍 자랐고, 몸무게도 80~100킬로그램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연 속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곰들의 생활 무대가 지리산이다보니.. 이제는 지리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남 하동과 산청, 전남 구례 등 지리산 일대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꿀을 따는 토종벌꿀 농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처럼.. 곰들도 꿀통 앞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날이 더워지면서 꿀이 슬슬 모이기 시작하는 7월 중순쯤부터 곰들은 꿀통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1미터 남짓한 나무로 만들 벌꿀통을 이빨로 찍거나, 두 앞발로 들고 산 속으로 들어가 오찬이나 만찬을 즐기는 것입니다.

심지어 농민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유유히 꿀통을 들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찌 아는지... 당도가 가장 높은 꿀통을 골라간다고 하네요.

그러니 토종꿀 농가만 속이 타들어 갑니다.

한 상자에 적어도 3~10만원은 호가하는 토종꿀인데, 1년에 단 한 번 채집하는 시기를 앞두고 당하고 있다보니 울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반달곰이 방사된 이듬해인 2005년부터 토종꿀 농가의 수난은 이어졌습니다.

2006년에는 160건이 넘는 피해가 있었고, 2007년부터는 예방과 대책을 마련한 덕분에 피해 건수를 25건 정도로 줄였습니다.

올해에는 지금까지 벌써 40여 건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방사된 모든 반달곰이 꿀을 탐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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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꿀맛을 아는' 서너 마리가 일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곰들이 4살이 되면서 번식기가 됐고, 영양분이 많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입니다.

꿀은 당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꿀통에 있는 벌 유충도 곰에게는 최고의 영양식이기 때문에 곰들은 꿀과 유충을 먹고 열량을 보충해 살을 찌우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달곰을 관리하는 종복원센터 측은 피해 농가마다 피해액을 전액 보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상액이 얼마나 되는 지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에만도 3000만 원 정도가 보상에 쓰였다고 합니다.

또, 일명 '곰팀'이 피해 지역에 나가 야간 보초도 서고, 전기 울타리를 치는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피해를 당하고 있는 농민들은 아무리 좋은 대비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성에 차지 않습니다.

아무리 몇몇 곰의 소행이라고 설득을 해보지만, 일하다 곰을 맞닥뜨리는 것도 무섭고, 농사에 피해까지 입히니 곰이 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곰을 다 잡아 가둬버려라"고까지 말할 정도입니다.

사실 가축이나 반려동물이 아닌 이상, 인간과 야생 동물이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갈등이나 충돌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먼저 인간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야생 동물의 쉼터와 먹을거리를 빼앗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 반대로 야생 동물은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고, 농사를 망치는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자연을 살리면서도, 인간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게.. 서로 약간씩 양보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 방법이 무엇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반달곰을 단순한 재밋거리로만 보다가 우리를 덮치면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과 함께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존재로 여겼으면 합니다.

*** 반달곰들이 번식기를 맞은 만큼, 내년 2월쯤이면 반달곰 새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첫 새끼가 되는 셈인데요.

'2세를 본다'는 건 반달곰이 야생에 '완벽 적응'을 했다는 큰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동물이 그렇듯이, 반달곰도 임신과 출산 시기가 되면 더욱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지리산에 가신다면, 등산로를 벗어난 샛길은 피하셔야겠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반달곰을 맞닥뜨릴 수도 있는데, 날카로워진 곰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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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권란 기자는 2005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부 검찰 출입기자를 거쳐 현재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경찰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로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전해드리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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