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직업병 : 평균연령 60.5살…할머니 소매치기단


영화 '무방비도시'를 보셨나요??

전문 소매치기 조직을 다룬 영화인데, 이들은 서너명이 한 조로 몰려 다니면서 일명 '안테나'가 '먹이감'을 찾아오면 '바람'이 다가가 이 먹이감의 주의를 산만하게 합니다.

그런 사이, '기계'가 다가가 가방을 찢거나 연 뒤 안에 있던 지갑이나 금품을 훔쳐가는 겁니다.

보통 소매치기는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는데, 일명 조직을 짜서 움직이며 소매치기 행각을 벌인 일명 '봉남파'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잡고보니...

오프라인 광고 영역

이들은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 할머니 조직이었습니다.

최저 연령 52살, 최고 연령 70살..

연륜만큼 그동안의 경력도 화려합니다(?).

소매치기 전과 최소 10범에서 많게는 24범까지..

이미 소매치기를 하다 붙잡혀 교도소를 들락날락한지도 어언 수십년이라고 합니다.

'봉남파'도 지난해 여름 교도소에서 만난 뒤 쿵짝이 맞아 조직을 만든 것입니다.

사실상 소매치기가 그녀들의 '직업'이나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나이도 좀 있으시니까 몸놀림과 손놀림이 젊었을 때보다는 좀 둔하지 않겠느냐 싶었는데..

CCTV에 찍힌 이들의 범행 장면은 그야말로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매장에 들어가 잠시 서성이더니 이내 '목표물'을 발견하고 슬그머니 뒤쪽으로 다가갑니다.

그러더니 주변을 쓰윽 가리고는 가방에 손을 가져다대는가 싶더니 이내 지갑을 꺼내 입고 있던 자켓 안주머니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기까지는 걸린 시간은 겨우 30초 정도...

(물론 며칠전 경찰에 붙잡혔던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을 돌며 소매치기를 해오던 일당들은 정말 주의를 집중하고 보지 않으면 확 지나가 버릴 정도로 눈깜짝할 사이에 범행을 저지르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지갑이 순식간에 가방을 떠나 사라지는데도 피해자는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할 정도로 이들의 손놀림은 잽싸고 능숙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마치 '무방비도시' 영화에서처럼 관광 삼아, 원정 삼아 일본에 들러 소매치기 행각을 벌이다 현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광고 영역

놀라운 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얼마나 생활이 힘들면 평생 소매치기를 하고 살았을까..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이들은 절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자라고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모두 가장 역할을 해오고 있었는데.. 별다른 직업이 없이도 모두 부족함 없이 살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한 명은 경기도 안양에 건물이 3채, 또 다른 한 명은 경기도 부천에 5층 짜리 건물이 한 채가 있었을 뿐 아니라..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자녀들을 외국에 유학보내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왜 소매치기 생활을 끊지 못했을까...

취재 도중 만난 피의자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답답합니다."

실제로 이들은 그동안 붙잡힐 때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고령'과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들며 번번이 구속과 교도소행을 이리저리 빠져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런 '습관성 도벽'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보기도 합니다.

소매치기는 아니지만 헐리우드 스타 위노나 라이더도 생리전후만 되면 도벽이 생긴다는 해외토픽을 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벽은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범죄'이니만큼 고쳐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조금이라도 더 노력을 해봤다면 빨간 선을 20번 넘게 긋진 않았을텐데요...

기가 막힌 사건이었던만큼 취재 내내 어머니, 할머니 뻘 되는 그녀들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 그건 그렇고.. 요즘 경기가 나빠지면서 잠시 잠잠하나 싶던 소매치기도 극성이라고 합니다.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백화점 시장 등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갈 때에는 꼭 가방을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수시로 지갑이나 귀중품이 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소매치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랍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소홀히하기 쉬운 만큼 주의하셔야겠습니다!! -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편집자주] 권란 기자는 2005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부 검찰 출입기자를 거쳐 현재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경찰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로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전해드리겠다고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프라인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오프라인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