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맛'을 아십니까…양갈비와 비둘기를 뜯다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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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입이 짧아 중동 지역 출장 때마다 끼니 해결에 고민이 컸던 제게도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고 느껴진 메뉴는 양갈비와 비둘기 요리였습니다.

요르단 연수시절 대사관 직원들의 소개로 맛을 들인 이후 중동 국가들을 방문할 때 마다 깨끗한 식당을 엄선해 이들 요리를 먹곤 했습니다.

카이로에 도착한 이후 지국 개설 준비로 경황이 없어 근처 한국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때워 오다 양갈비와 비둘기 고기가 생각이 나 얼마 전 현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현지 채용직원이 추천한 식당은 올해로 개업 61년이 됐다는 아부 샤크라. 외양과 내부 모두 카이로에서는 최고급 수준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일행 5명을 위해 양갈비 1.5킬로와 구운 비둘기 1마리, 치킨, 비프 샤와르마 각 1인분, 해물 스프 등을 주문했습니다.

애피타이저로나온 아랍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피자빵 모양의 아에시와 토마토, 오이, 당근으로 만든 샐러드, 시큼-고소한 소스를 먹다 보니 주문한 메인 디쉬가 속속 테이블 위로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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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에 푸짐하게 담긴 양갈비는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이랍시고 먹기 좋게 양고기 살을 미리 갈비에서 떼어낸 데다 지방도 모두 발라낸 상태였습니다.

먹기는 편했으나 뜯는 맛이 일단 없었고 살만 남아 있다보니 푸석푸석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간도 제 입에는 좀 짠 편이어서 맥주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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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역시 완전 기대 밖이었습니다. 통닭을 연상케 할 만큼 통통했던 요르단 식당과 달리 이집트 비둘기는 바짝 마른 게 차라리 박쥐에 가까웠습니다.

생긴 것과 달리 음식의 맛 뿐 아니라 생김새에도 무척 예민한 저는 선뜻 손이 안 갔지만 일행은 앞다퉈 먹어보곤 고소하다는 호평을 내놓았습니다. 한 점 뜯어볼까 뒤늦게 눈길을 줬지만 이미 앙상한 뼈만 남은 상태라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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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와르마 샌드위치는 다진 닭고기와 쇠고기를 기다란 쇠붙이에 꽂아 돌려가며 불에 구워 핫도그 빵 사이에 내왔는데 대표적인 서민 음식답게 평이하지만 내실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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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맛 보다는 분위기 위주의 식당이라 음식에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들었습니다.

다음엔 분위기나 위생보다는 아랍 음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찾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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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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