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더 고운 그 아이들을..' 반성없는 뻔뻔함

안양 초등학생 살해범 선고공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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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학생 이혜진 양과 우예슬 양을 살해한 피고인 정성현의 공판을 이틀 동안 지켜보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사건기자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취재를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해보니 정말 없었군요... 그래서 전 가끔 '휴일스케치'를 하러 나가면 기분이 정말 설렙니다...^^;;)

어쨌든 다른 사건보다도 훨씬 훨씬 더 마음이 무겁더군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과 케이크를 사두고 함께 파티를 할 생각에 들떠있던 아이들. 엄마에게 주겠다며 6천 원짜리 립글로스를 사서 막 집으로 가는 길이었던, 꽃보다 더 고운 그 아이들을...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검사가 공소 사실을 낭독할 때마다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떠올라 괴로웠습니다. 또 그렇게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애들을 제압하고 있더라"며 변명을 버벅거리며 멀쩡하게 앉아있는 그 모습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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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출석한 정 씨의 대학 선배의 말은 더욱 더 방청객들을 어이없게 만들었습니다. 범행 바로 전후로도 정 씨를 만났지만 전혀 이상한 것을 못느꼈다는데요. 둘이 같이 해장국 집에 가서 그 곳에 붙어있는 아이들을 찾는 전단지를 보면서, "아이들이 없어져서 경찰이 자꾸 찾아와 귀찮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빨리 저 놈을 잡아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는...

"어떻게 저럴 수가..."

방청석이 잠시 술렁였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예슬이와 혜진이네 집 앞에 기자들이 모여있는 것을 지켜봤단 얘기에는 온 몸에 소름까지 돋았습니다.

검찰은 예상대로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사는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고 사죄를 해도 모자를 판에 자신은 살겠다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신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처참하게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 씨를 이 세상과 격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얘기를 하더군요.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20여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적어도 반성의 기미라도 보였어야 하는데 피고는 눈물 한번 흘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암으로 숨진 자신의 동거녀 얘기를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결국 정 씨에게는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눈물도 흘리지 않은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정 씨에게 차분히 양형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좁은 방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하기 어렵고, 범행 뒤에도 일상생활을 태연히 해나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톱을 사고 렌트카를 빌리는 등 모든 것들을 대담하고 치밀하게 진행해 우리를 경악케 하고... 수사기관에서 계속 진술을 번복하다 물증 나타날 때마다 자백하는 걸 보면 피고인이 과연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는지에도 의심이 가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무사귀가 바랬던 전 국민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국민적 충격과 경악을 안겨줬다. 어린이 상대로 성폭력, 살해와 같은 극단적 범죄는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게 법원의 책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성탄절 아이들 실종 때부터 아이들의 시신 발견, 정성현 검거에서부터 수십차례 걸친 경찰과 검찰 조사, 그리고 재판까지... 그 길었던 반 년이라는 시간이 머릿 속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다시는 제2, 제3의 혜진이와 예슬이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또 한번 두 아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 안양 초등생 살해범 사형 선고...끝까지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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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활기찬 모습과 적극적인 취재로 SBS 사회부 사건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정유미 기자는 2006년에 SBS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앳된 모습이지만 각종 사건.사고의 현장을 거침없이 누비며 보도국의 신세대 핵심전력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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