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롤료프'의 전설 - 러시아 출장기⑦

사후에야 이름을 알렸던 우주과학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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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주개발사의 영웅으로 우주관제센터가 있는 모스크바 근교의 코롤료프시는 바로 그의 이름을 딴 도시입니다. 젊은시절 '사상범'으로 몰려 스탈린 정권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6년을 보냈고, 훗날에는 소련의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진은 시원한 외모가 돋보이는데 우리나라 배우 '노주현'씨와 좀 닮았습니다.

어린 시절, 마징가 제트 같은 만화를 보면 꼭 해당 로봇을 만든 과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 꼭 깊은 사연과 우여곡절이 있고, 또 대부분 예쁜 딸이 있어서... 조종사인 젊은 주인공과 러브 라인을 형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악당 쪽도 로봇 괴수를 만든 박사가 두목급으로 등장하는데...

바로 '헬'박사 같은 사람이죠. 이런 과학자들은 꼭 사회에서 심한 소외나 무시를 당해 마음이 뒤틀리거나 한이 맺힌 경우가 많습니다. 이념에 따라 서로를 '악'으로 구분했던 냉전시대에서 미국 어린이들에게 그는 '헬'박사 같은 존재가 되겠죠.

초반에는 미국을 크게 앞서갔던 구 소련의 우주 부흥을 이끌었던 '코롤료프'박사는 러시아 우주 관계자들이 최고 영웅으로 꼽는 과학자입니다. 기념 우표도 있고 박물관에도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 자료들이 즐비하게 전시돼있습니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졌던 그 이름은 사망 후에 국민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당시에는 일급 비밀이었던 것입니다.

다소 놀랍지만 우주개발 초기 러시아의 소유즈, 그리고 미국의 '우정' 로켓의 원조는 바로 2차대전 당시 악명을 떨친 살인무기였던 나치의 'V-2'로켓입니다. 6분 만에 320킬로미터를 날아서 영국해를 건너 런던에 떨어지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베를린 함락을 눈 앞에 두고 각기 동쪽과 서쪽에서 진군하던 소련과 미국은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인 V-2 로켓기술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첩보전과 특공작전을 벌입니다.

이른바 '페이퍼 클립 작전'으로 알려져있는데.. 그 결과는 미국의 승리였습니다.

V-2 개발팀의 핵심인 '폰 브라운'박사가 동료들과 자료를 갖고 미국에 투항했던 것입니다.

소련은 남아있는 V-2 로켓 잔해와 독일 기술자들을 모스크바로 데려갔지만 뒤처진 채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두 강대국 모두 처음 관심은 우주로켓이 아니라 서로를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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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에 이어 1961년 4월 유리 가가린의 유인우주비행까지 성공시킨 '코롤료프' 박사 였지만, 정보 누출의 우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존재는 물론, 축하행사에도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다만 군중 속에 섞여 박수를 보냈다고 전해지는데...

그와 유리 가가린이 함께 있는 이 사진은 그래서 역사적 가치가 아주 크다는 게 러시아 측의 설명입니다. 맨 오른쪽이 가가린이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코롤료프 박사인데 1964년 정도에 찍은 사진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에선 EBS가 방송했던 영국 BBC의 다큐드라마 'Space Race'를 보면 코롤료프와 폰 브라운의 경쟁이 주 내용인데요. 미국에 항복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폴로 계획의 토대를 만드는 브라운 박사는 나치 출신인 자신을 배척하는 미국 과학자들의 텃세에 시달립니다. 또 앞서가는 소련의 우주 행보에 절망하기도 하는데, 필생의 라이벌인 코롤료프의 존재는 아주 늦게 알게됩니다.

액체연료로켓을 공부하던 천재 과학자인 코롤료프는 스탈린 정권 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의 거짓 증언 때문에 불순분자로 몰려 무려 6년 동안을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보냅니다. 나중에는 배신했던 친구와 다시 동료로 일하게되는 기구한 운명을 겪습니다.

결과적으로 초반 V-2 자료확보에서 졌던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과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며 상황을 역전시킨 것은 바로 코롤료프의 천재성 때문이라는게 러시아 학자들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1966년 병으로 생을 마치게되는데.. 그의 죽음 때문일까요?

결국 먼저 달에 첫발 내딛은 쪽은 미국이었습니다. 이 다큐 드라마는 그래서 미국의 승리했다는 식으로 결말을 맺는데, 아마도 서방세계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겠죠.

현지에서 들리는 '코롤료프'의 발음은 '꺄랄로프..'인데요.

한글 표기로 보면 '코'가 맞다고 하는데 현지 발음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게 과연 합리적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저희가 '코롤료프'하면 '꺄랄로프!'하고 즉시 바로잡아주던데요.

젊은 시절 꽤 미남이었던 모양입니다. 그가 초기에 개발했던 로켓들의 그림도 나오고요.

옆에는 로켓 엔진의 권위자라는 코롤료프의 동료인데, BBC 드라마에서는 그가 바로 친구를 밀고했던 인물로 나오고 마지막까지 코롤료프의 자리를 노리며 질시, 견제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게 사실일지는 확신하기 어렵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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