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양고기의 추억' - 러시아 출장기 ⑥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러시아식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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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지친 현지 취재팀이 모처럼 시간을 내 찾아간 모스크바 벼룩시장. 사진처럼 양고기를 즉석에서 구워서 파는 노점들이 많았는데... 냄새가 그럴 듯 했습니다. 고기를 즐겨먹는 서구 음식문화가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한번 먹어보자'는데 이견이 없었고, 모두들 군침까지 흘리며 즐거운 표정들이었습니다.

러시아에선 식당을 거의 가보진 못했지만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양고기 요리가 많습니다.

바이코누르의 사막에서 양떼가 몰려다니는 것을 비행기에서 봤는데, 양이 많으니 즐겨먹는 것이겠죠.

양고기를 즐겨먹는 것은 아무래도 유목민족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을텐데, SBS 본사가 있는 서울 목동 쪽에서도 신정동 시장에 가면 중국 분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양고기 토막을 꼬치에 끼워 먹는 요리를 팝니다. 이 분들도 아마 중국 북쪽 보다는 동쪽이나 남쪽에 고향이 있는 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김훈 씨의 소설 '남한산성'을 보면 병자호란 때 처들어온 청나라 '누르하치'가 '말린 양고기에 말 젓을 찍어 먹는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게 무슨 맛일지.. 먹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상상만하면서도 그냥 '맛있겠다...' 생각했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아무래도 서구 사람들, 특히 러시아인들은 몸집과 행동에서 육식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지는 민족이었는데.. 광활한 땅을 누비며 싸우며 살아온 슬라브 민족의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이소연 씨가 우주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다음 날 현지 취재·방송팀은 한국으로 돌아갈 기대에 젖었습니다.  바쁜 일정 탓에 시내를 둘러볼 일은 엄두를 못내다가 귀국 전 홀가분하게 찾았던 곳이 모스크바 변두리의 '벼룩시장'이었습니다.

각자 아내와 아이들 줄 선물도 사야하고... 비도 추적추적 왔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아.. 이런 순간들이 잠시 스쳐가는 내 인생의 휴식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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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 앞에서 주문을 해놓고 비좁은 나무 계단을 올라 그 2층으로 올라가서 먹는 식인데요. 사진처럼 숯불을 피워놓고 살살 돌리며 구우면 기름이 밑으로 살살 떨어지고, 노릇노릇한 양고기 바베큐가 됩니다. 보기에 좋은 게 먹기도 좋다는 데...약간 거칠긴 했지만 먹을 만 했습니다. 후추는 아닌데 뭘 살살 뿌려가며 굽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에선 '샤쓸릭'이라고 부르던데 혹시 '샤부샤부'와 무슨 관련이..?

중계기술팀에서 함께 오신 분 얘기가 서울에도 러시아인들이 찾는 우즈벡, 카자흐식 음식점이 있는데 이렇게 맛있게 구워 내놓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하긴 이런 숯불을 피워놓기가 시내에서는 쉽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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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전이 많이 남았는데, 전통 의상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돈벌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동전을 그냥 뭉텅 쥐어드리고 후배인 김현우 기자와 함께 한장 찍었는데.. 나중 분위기는 돈 안드려도 됐었을 듯 했습니다. 거칠고 난해한 생방송 내내 대견하게 제몫을 잘해 준 후배와 모처럼 홀가분한 추억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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