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현장에 나가보니 사태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 고위급 참모들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집회 현장에 직접 나가 '민심탐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반성하고 민의를 읽기 위한 차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일부 수석과 비서관들이 직접 촛불집회를 찾아 민심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민정, 정무수석실 직원들이 매일 벌이는 현장 점검과는 다른 차원으로,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3박4일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달 30일 밤 다른 수석비서관들과는 달리 청와대 관저에 나타나지 않았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동참'했기 때문.
그 전날에도 집회 현장을 찾았던 곽 수석은 30일 오후 정부 당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확정을 발표하면서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일 것이라는 보고를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언론을 통해 비교적 얼굴이 많이 알려진 곽 수석은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해 모자를 눌러쓰고 안경을 쓰는 등 '변장'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이종찬 민정수석은 '새벽암행'을 통해 집회 민심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새벽 3시 30분까지 현장을 둘러본 이 수석은 지난 29일에도 새벽 2시께 가두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도심을 찾았다.
치안 업무를 총괄하는 이 수석이지만 경찰에도 알리지 않고 측근 1명과 함께 거리로 나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어떤 사람들인 지 둘러보고 일반시민처럼 행동하며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정무수석도 최근 밤늦게 시위 현장을 '몰래' 둘러봤으며 정무수석실 직원들은 매일 교대로 청계광장으로 야근을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참모들은 거리행진에도 동참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과 행동을 같이 하며 '현장 체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달말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과 함께 서있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노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나가보기 전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집회가 일반시민들이 중심이 돼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면서 "정부가 많이 반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참모는 "촛불집회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경우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인 데 모두 이런 식으로 표출돼서는 곤란하고 불순세력이 민의를 왜곡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고"라며 "젊은 학생들과 전경들이 자칫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대치할 경우 부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경진압은 자제해 달라고 경찰 당국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