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게 조명이 꺼진 아이스링크. 분홍색 배꼽티를 입은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나서자 피겨팬들은 일제히 함성과 박수로 '스타의 등장'을 연호했다.
이윽고 이어지는 귀에 익은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 선율이 흐르고 김연아가 섹시한 춤 동작으로 리듬에 맞춰 'ET춤'을 선보이자 또 한번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17일 오후 서울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 'KCC 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 2008'의 현장을 찾은 피겨팬들은 눈앞에서 펼치지는 세계적인 피겨 스타들의 열정적이고, 때로는 감미로운 연기에 넋을 잃고 말았다.
특별 초청선수로 나선 이동원(과천초)의 귀여운 복서 연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이날 아이스쇼는 연이어 신예지(서울여대)의 박력 있는 댄스와 '제2의 김연아'로 손꼽히는 윤예지(과천중)의 애절한 연기로 분위기를 돋우기 시작했다.
2008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은메달리스트 장단-장하오(중국)의 고난도 리프트와 드로우 점프는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1부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패트릭 차(캐나다)의 속도감 넘치는 스핀과 트리플 점프도 큰 호응을 얻었다.
관객들의 박수세례는 2부 시작과 함께 등장한 김연아와 '꽃미남' 조니 위어(미국)의 듀엣 연기에서 절정을 이뤘다.
특히 '대낮에 한 이별'을 배경음악으로 위어가 김연아와 손을 잡고 다정한 포즈로 스케이팅을 펼치자 관중석에선 부러움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연이어 검은색 '반짝이' 의상을 입은 갈기의 다카하시 다이스케(일본)가 자신의 지난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힙합 버전 '백조의 호수'의 박진감 넘치는 선율 속에 B-보이 춤 동작을 연상시키는 격렬한 스텝 연기를 펼치자 3천775명의 피겨팬들은 자지러질 듯 환호성을 질러댔다.
또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라카와 시즈카(일본)의 '전매특허'였던 이너바우어 연기와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2008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금메달리스트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졸코비(독일) 조의 애절한 사랑 연기도 큰 박수를 이끌어 냈다.
이제 기다리던 김연아의 차례. 푸른색 의상으로 갈아입은 김연아는 지난 시즌 갈라곡 '온리 호프'를 국내 팬들 앞에서 처음 선보여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특유의 감성적인 표정연기를 앞세운 김연아는 더블 악셀과 이너바우어, 스파이럴, 스핀을 이어가면서 오랜 만에 펼친 국내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연아! 김연아!'를 연호하는 팬들의 앙코르 요청을 받자 김연아는 발랄한 '저스트 어 걸'의 선율에 맞춰 깜찍한 춤 동작으로 호응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