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어떻게 막아야하나?


2년만에 다시 찾아온 AI, 발생한 지 한 달 반 남짓 지났는데 예년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2003년엔 넉 달 동안 10개 지역에서 19건, 2006년도 넉 달 동안 5개 지역에서 7건의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는데 올해는 벌써 17개 지역에서 30건이 넘게 고병원성 AI가 확인됐습니다. 예년과 달리 겨울이 아닌 봄에 발생했기에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 규명에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3월까지도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 철새가 있었기에 그 쪽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있고요. 예전과 달리 오리도 집단 폐사가 나타나고 있고, 20도 가까운 기온에서도 발현하고 있기에 베트남 같은 동남 아시아 쪽에서 바이러스가 온 건 아닐까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경로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역학 조사'란 걸 통해 확정짓는데요. 병이 나타난 흔적을 역추적해 올라가는 겁니다. 이걸 통해 발병 진원지를 찾아내고 차단하는 거죠.

안심하고 있었던 오리에 뒤통수을 맞은 격

올해 AI가 퍼져 나간데는 오리에 대한 방역 대책이 미흡했던데 1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AI는 감기의 한 종류입니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 자체를 막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면역력이 강한 야생 조류들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앓고 이겨냅니다. 그런데 면역력이 약한 사육 닭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사흘 안에 폐사하는 것이죠.

사육 오리는 닭보단 면역력이 강합니다. 그래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발병하진 않고 '보균'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된 오리의 5~60%는 그대로 '보균'상태로 있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농장에서 시장이나 도축장 등으로 유통될 때는 별다른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발병하진 않은 오리가 그대로 유통되고 이게 닭과 섞이면 닭에게 AI가 옮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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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AI는 전북 김제와 정읍에서 먼저 퍼져나갔는데요. 정읍에서 이런 식으로 AI가 퍼져나간 걸로 보건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리의 경우 농장에서 출하되기 전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론 전수 조사를 해야겠지만, 만 마리가 넘는 오리를 일일이 다 검사하는건 어려울 것이고, 샘플을 추출해 검사해도 효과는 거둘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재래시장과 중간상인을 통한 불투명한 유통 체계

재래시장을 가면 살아있는 닭이나 오리, 꿩 등을 판매합니다. 그런데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금류는 '족보'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농장에서 어떻게 사육되다 왔는지 건강 상태가 어떤지에 대한 정보가 없죠. 대부분은 소규모 농장에서 중간 상인을 통해 공급되는 건데요. 만약 얘들이 AI에 걸렸다면 감염 경로를 역추적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리고 도시인들이 재래시장에서 얘들을 사오다가 도심으로까지 전파될 수 있죠. 광진구청의 경우가 이런 케이스고요.

확산을 막는데 가장 필요한 건 발견 즉시 가금류의 이동을 통제하는 겁니다. 그런데 불투명한 유통 체계 때문에 어디서 가금류가 왔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 어디를 통제해야 할 지 알 수가 없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이 유통 체계를 투명하게 하거나 재래 시장에선 아예 살아있는 가금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가금류 매매는 출처가 분명한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는거죠.

또 가금류를 실어나른 차들을 등록해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가금류를 실어나른 차에는 얘들의 분비물, 깃털 등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요. 만약 이게 감염된 애들의 것이라면, 이 차가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가금류를 실어나르다 AI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처분 범위는?

광진구청에서 폐사한 닭이 AI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자 서울시는 재빠르게 근처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가금류들을 살처분하고 서울대공원에 있는 것까지 살처분했습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발생 농장 500m 이내에 있는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논의를 거쳐 3km 까지 살처분 범위를 넓히도록 한 지침 때문입니다. 이 지침은 농장의 현실에 맞춘 것으로 도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농장은 부근에 또다른 가금류 농장이 많고, 서로간에 이동하다 물리적 접촉이 있을 수 있기에 확산 가능성이 높지만 도심은 주변에 가금류 농장이 없으므로 반경 500m 안에 가금류가 있어봤자 애완용인데...

얘들은 완전 고립 상태이므로 AI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0'에 가깝고 그렇기에 살처분이 의미가 없다는 거죠. 대신 재래시장을 통한 살아있는 가금류의 반입을 통제하는 것이 실효성 있을 겁니다. 도심의 경우 감염될 조류들은 많지 않지만, 만에 하나 재래시장을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사육사 등에게 감염되고 이게 인간으로까지 전파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최근 발생한 AI는 97년 홍콩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를 일으킨 건데요. 인간에게 옮아 발병한 경우는 있지만, 인간-인간으로 전파된 경우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경우 요즘 발생하고 있는 AI 바이러스의 사촌 쯤 되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세계적으로 5천만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냈습니다. 이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바이러스는 인간보다 역사가 더 오래됐고 워낙 변이가 심해 생명력도 강하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죠. 하지만 농장의 경우 초기 살처분 범위를 500m에서 3km로 넓히는 게 예방 차원에선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에 전북 김제-정읍에서 발생했을 때 당국은 초기 살처분 범위를 디폴트 값인 500m로 한정했습니다. 사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한데요. 2003년의 경우는 이번처럼 살처분 범위를 500m로 한 경우가 많았고, 2006년엔 처음부터 3km를 살처분했습니다. 2006년이 확산 범위가 더 좁았죠.

올해 역시 당국은 시기적으로 AI 발생 시기는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초기 살처분 범위를 좁혔습니다. 살처분할 때마다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니까요. 물론 열 곳에서 발생했던 AI가 모두 처음에 발생했던 곳에서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고는 장담을 못합니다. 다른 요인으로 다른 곳에서 발생해서 동시 다발적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가금류만 살처분하면 되나?

AI가 발생하면 열심히 주변 가금류 살처분하고, 보상금 지급하고 소독을 합니다만 가금류 외 다른 동물로 옮으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동남아에선 97년 이후 발생 사례 중 개나 고양이, 호랑이가 감염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이 동물들에게 AI에 감염된 가금류의 생고기를 먹이로 줬기 때문으로 밝혀졌기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지만 스페인 독감을 생각해보면 아예 손을 놓고 있기도 꺼림칙합니다.

스페인 독감이 인간에게까지 전달된 건 돼지가 AI에 옮으면서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있는데요. 사실 돼지도 AI에 취약하기 때문에 AI 발생 지역 인근에 있는 돼지는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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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장 중요한 건 초기 대응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예방'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보죠. 왜 자꾸 AI가 기승을 부리는가?

어떤 분은 '자연의 역습'이라고까지 합니다만... 사육을 통해 닭 등의 면역력이 약해진 게 핵심 원인입니다. 좁은 공간에 닭 등을 몰아넣고 똑같은 사료를 먹이고 운동도 안 하니까 면역력은 약해지고, 유전적 다양성도 줄어듭니다. 또 농장들도 밀집해 있으니까 순식간에 번져나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죠. 결국 농장의 사육 환경 개선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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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유재규 기자는 2005년 SBS 기자로 입사해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 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취재로 우리 일상의 사건.사고와 숨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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