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새로운 삶을 선물한 아들


저는 '장기이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샘이 고장난 것처럼 눈물이 납니다. 저희 부모님이 신장 이식 수술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어머니가 아버지께 신장 이식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는 신장이 3개, 어머니는 신장이 1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분이 수술실로 차례로 들어갔고, '쿵'하고 둔탁한 수술실 문 닫혔습니다. 10시간이 어찌나 길었던지요. 아직도 어머니 옆구리에 20cm가 넘는 커다란 흉터를 보면, 마음이 짠  합니다.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참으로 절박한 상탭니다. 다른 장기가 기능을 대신하지 않으면, 제 역할 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 절벽 끝자락까지 온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이 바로 장기이식입니다. 중국에서 수 천 만원이나 주고, 불법으로나마 장기이식을 하려는 사람들은 정말로 그 선택밖에 없어서 일겁니다. 가족들로부터 장기 이식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지요. 하지만 그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당연히 가족이 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요.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장기 이식은 부모님이 많이 꺼려하기도 하거니와,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수용 중위의 아버지도 그랬습니다. 장기 이식을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식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투병생활을 오랫동안 해 왔습니다. 올해 예순살인 아버지 박병옥씨는 180cm 훤칠한 키에 90kg의 건장한 체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60kg 남짓의 왜소한 몸이 됐습니다. 1년 전, 간경화는 급격히 악화됐고, 간 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까지 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딸 정온 씨는 자신이 간 이식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여성인 누나보다 자신이 더 적합하다고 정온씨를 설득했고, 이런 훈훈한 남매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5월 8일 어버이날에 값진 선물을 받게 됐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라 주변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정온씨가 교직원으로 일하는 선문대학교에서는 천 만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 주었답니다.

5월 8일 아침 7시. 아들 수용 씨가 먼저 3층 중앙수술실로 내려갔습니다. 스물 네 살의 건장한 대한민국의 군인이었지만,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운 수용씨는 아주 조금 떨고 있었습니다. 이제 수용씨의 간 60%가 절제 돼, 아버지를 기다릴 참입니다. 꼭 1시간 뒤, 수용씨의 간이 무사히 절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버지가 수술실로 내려갑니다. 아내와 딸의 손을 꼭 잡고, 아버지는 남겨진 가족 걱정부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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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침 꼭 챙겨 먹어요. 당신이 힘내야지. 정온이 너는 엄마 잘 모시고"

수술실 문이 닫힐 때까지, 아내와 딸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겁니다.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을 수술실로 보낸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생각해 봤습니다.

수용씨는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뜬 수용씨를 확인하고 나서야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미안하다고...‘남부럽지 않게 해준 것도 없는데, 네게 고통을 안겨줘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아버지도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12시간 만에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아버지의 딱딱하게 굳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간 대신에, 수용씨의 건강한 간이 아버지의 몸 안에서 숨 쉴 겁니다. 어버이날 아들은 카네이션 대신 새 삶을 선물했습니다. 두 분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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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장선이 기자는 2007년 SBS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지난해 수습 기자로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숭례문 방화 사건 등 굵직한 경험을 쌓기도 했습니다. 사회2부 사건팀의 '신형엔진'으로 불리며 기대주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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