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물보호연합과 동물사랑실천협회는 11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방문, 대공원이 지난 5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과 관련해 조류를 살처분하면서 탈법적으로 동물을 학대했다고 항의했다.
이들 단체는 "대공원이 몸집이 작은 가금류는 목을 비틀거나 때려서 살처분하고 큰 종류는 산 채로 자루에 담아 생매장한 사실이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됐다"며 "이는 실정법을 위반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전염병과 관련해 동물을 죽일 때는 가스나 전기를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명기돼 있고 '조류 인플루엔자 살처분 지침'은 이산화탄소로 안락사시키도록 하고 있다.
대공원 박승오 사업단장은 이에 대해 "전체 조류가 200여마리 있는데 전문적인 장비가 부족했다"며 "급박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이 뭔지 고민했고 예방차원에서 살처분을 결정했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앞으로는 장비를 보완해 동물보호에도 더 많은 신경을 쓰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공원 관계자는 "도심에서 AI가 발병한 급한 상황이라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연합과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대공원의 위법사실이 확인된 만큼 진지한 반성과 사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대공원 관계자들을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심에서 AI가 발병했다는 특수성과 그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에 비춰볼 때 대공원의 살처분 방식이 오히려 공익적일 수 있다며 동물단체들의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공원은 지난 5일 근처 광진구청 동물사육장에서 AI가 발병했다는 통보를 받고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서울시의 지시에 따라 거위·청둥오리·칠면조·호로새·당닭·백한·꿩·금계·황금계·은계 등 조류 63마리를 긴급 살처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