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 가장 많이 나오는 광고가 무엇일까요?
한때 트렌드를 주도했던 휴대전화 광고?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지름신'을 불러오는 자동차 광고?
제가 보기에는 '띠링~띠링~'으로 대표되는 보험 광고 같습니다. 특히 경찰청 기자실에 하루종일 틀어놓는 '24시간 뉴스채널'에서는 정말 커트(cut) 하나며 대사까지 다 외울 정도로 반복되니까 이쯤되면 가히 '공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보험으로 모자라 가시는 길 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드린다는 '**상조' 광고도 늘고 있죠.
그러나 광고는 시대의 '거울'이기도 하죠. 수요가 있으니 물건을 만들고, 만든 물건을 팔아야 하니 광고를 하는 광고주,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몸 걱정, 자식 걱정하는 노년층의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장성 보험 광고는 '어르신' 본인의 이득보다는, 병원비를 감당하고 '그 날 이후'를 감내해야 할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심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고생하는 우리 막내에게 천만 원이라도 가는 게 어디야...' 바로 그거죠.
광고 업계의 지형을 바꿀 만큼 이제 우리나라는 엄연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 일명 '단카이(斷塊)'세대가 대거 은퇴를 시작해 인구 구조가 '항아리'에서 '역삼각형'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이제 우리나라도 예전과 다른 인구 분포를 바라봐야 하는 시기가 정말로 찾아온 것이죠.
흔히 젊은 세대는 노령화 인구의 증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일하는 세대가 일하지 않는 세대를 '먹여 살리는' 부담이 노령층이 커져 갈수록 늘어간다는 논리입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시각에는 세대간의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돈 중심'의 냉혹한 시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노력과 자기 계발은, 사실 우리 젊은 세대가 배울 점이 많은데 말이죠.
서두가 길었는데요, 오늘 경찰청에서는 일명 '실버 폴리스(silver police)' 발족식이 있었습니다. 정년퇴직하신 전직 경찰들을 실버 폴리스로 위촉해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통학로와 공원, 학교 주변을 2인 1조로 순찰하는 '팀'을 꾸린다는 계획입니다. 전국 전직 경찰들의 친목 모임인 '재향경우회'에서 실버 폴리스로 활동하는 어르신들께 30만 원씩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하니 그동안 (행여라도) 집에서 소일하셨던 전직 경찰들은 적게나마 경제 활동에 참여하셔서 좋고, 아무래도 경찰로 활동할 때 몸에 익힌 날카로운 현장 감각을 활용할 수 있으니 현직 경찰도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찰은 이 '실버 폴리스' 제도를 최근 어린이 대상 강력 범죄가 발생했던 안양, 일산 등 수도권 소재 10개 경찰서를 선정해서 앞으로 3개월 동안 시범 운영에 들어간 뒤 미흡한 점에 대해 보완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실버 폴리스' 계획은 경찰이 지난 3월 26일에 발표한 '아동, 여성 실종사건 종합 치안대책'의 일환입니다.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안양의 '혜진-예슬'이 사건 이후 경찰이 마음을 다잡아 만들어 낸 계획인데요, 공교롭게도 이 계획을 발표하던 그 날은 일산에서 한 어린이가 괴한에게 납치당할 뻔 하다가 극적으로 풀려난 바로 그 날입니다. 아직도 당시 TV에서 본 충격적인 CCTV 화면을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사건 직후 경찰이 주민의 신고를 묵살하고 수사에 나서지 않아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죠.
뒤늦게라도 초등생 안전 지킴이집과 실버 폴리스 등 후속 대책이 속속 나오는 건 일단 반길만한 일이죠.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의 안전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실버 폴리스가 미처 공권력이 닿지 않는 어린이 안전 사각지대를 비춰 준다면 기꺼이 응원을 보낼 것입니다. 어르신들, 힘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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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고 싶었던 얘기는 따로 있었는데요, SBS 사건팀 기자 6명이 위에서 언급한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을 특종 보도하고, 정부의 대책을 이끌어 낸 공로를 인정받아 제211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상식이 오늘(7일) 열렸는데요, 기자생활 하는 동안 후보로 몇 번 올라가기는 했지만 한 번도 상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시시한' 기자인 저로서는 엄청나게 부러운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수상한 동료, 후배들에게 심심한 축하를 보냅니다.^^
사건기사는 사건 그 자체로 시청자와 만나기 때문에 쓰는 입장에서도, 보는 입장에서도 정치나 경제 기사와는 달리 '건조(좋은 의미로)'한 측면이 있습니다. SBS 사건팀 전원, 열심히 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길에서 마주치거나, 한 걸음 더 나가 인터뷰 요청을 당하시면,
자~알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IT분야에 전문성이 느껴지는 유성재 기자는 2001년 SBS에 입사해 정보통신부 출입기자와 인터넷뉴스팀 기자로 다년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사회2부 경찰기자팀의 부팀장격인 '바이스캡'으로 활약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