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묻다' 오늘(2일)은 18대 총선 최대 이변의 주인공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을 만났습니다. 강기갑 의원은 경남 사천에서 한나라당 이방호 전 사무총장을 178표, 박빙의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강 의원은 선거 때 연립주택 전세자금을 빼서 선거비용으로 쓰는 바람에, 밤이면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을 숙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있는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강기갑 의원은 "미국 요구대로 다 내준 협상"이라며, "국민건강에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를 정부가 갖다가 국민에게 먹으라고 풀어준 꼴이 됐다"라고 비난했습니다. 강 의원은 "미국과 협상에 임한 공무원들 가운데 양심선언을 할 공무원이 나왔줬으면 한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이 분열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국민의 눈높이에서 함께 하지 못하고, 국민과 멀리 떨어진 주장들을 가지고 자신들끼리만 횃불을 들고 달려나가는 바람에 지지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을 평생 농사꾼이라고 밝힌 강기갑 의원은 당권에 도전할 뜻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1. 의원회관에서 지내는 게 불편하지 않는가?
- 원래 김포공항쪽에 방 2개짜리 연립주택에서 전세로 살았는데, 총선 때 전세자금을 빼썼다. 오히려 지금이 더 편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는 데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출퇴근 시간도 덜게 됐고, 불편하지만 나름 편한 부분도 있다.
2.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는 이변을 일으켰는데,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좋은 기운들이 모여서 된 것으로 생각한다. 4년 동안 아주 똑똑하거나 능력있게 의정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혼신의 힘을 모아서 의정활동을 했고, 일반 국민이나 지역주민들이 이 점을 인정해준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대변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주민들 사이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나서야 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역구 관리는 못했지만, 4년 동안 의정활동 보고회는 착실하게 했다. 처음에는 시·군단위로 하다가 면단위, 마을단위로 좁혀나갔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 상대로 '선거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시켜 주는 선거 농사는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때만 대접받고, 당선되고 나면 당에 줄 서고 서민을 위해 일하겠느냐는 주장을 쭉 했다. 박수를 많이 받았다. 이런 것들이 이번 선거의 한나라당 공천 파동과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본다.
세번째는 이방호 의원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강기갑이 훌륭해서라기보다도 이방호가 돼서는 안된다' 그런 분위기가 많았다. 나는 오히려 빨갱이 소리까지 많이 나오고, 색깔이 좀 안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反이방호, 反한나라당 분위기가 더 컸다. 전국의 농민들, 태안의 유류피해 대책위 주민들까지 사천에 와서 온 바닷가 포장마차 상가 다니면서 정말 자기 일처럼 도와줬다. 뜻있는 시민들, 도단위 노동자들, 노동자 단체들까지 다 함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대선 직후 지지율이 30%대 차이였는데, 기적과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토종계란이 바위를 깨버린 것이다.
3.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율 5.7% 나왔다. 17대 당시 13.1%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진보의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민주노동당은 지금도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고 활동 열심히 했다고 본다. 기초노령 연금개정안이나 아토피 관련법, 6세 이하 아동 무료예방보험 등 여러법안 처리되는 데 나름대로 노력했다. 쌀 문제도 그렇다. 그런데 그런 활동들을 하고도 국민들에게 홍보를 제대로 못했다. 국민과 너무 멀리떨어진, 이상에 젖어있는 그런 주장들이 국민들에게 많이 인식돼 있는게 문제다. 통일 문제나 진보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해가 안되면 같이 나가야했는데, 우리끼리 너무 멀리서 횃불들고 달려갔다. 국민과 같이하지 못했다. 이제는 국민 곁으로 돌아와서 국민 곁에서 통일운동도 하고,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반성도 했다.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에서 힘든 것은 민노당이 되기 힘들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때문이다. 대선 때도 그렇고, 어차피 안될 사람한테 줘봐야 뭐하겠느냐는 그런 생각 가지신 분들 많았다. 지난 대선때도 새로운 후보를 신선하게 내야한다고 기대하는 분들 많았는데, 세 번째 같은 후보(권영길 후보)를 내서 외면받은 부분들이 있었다. 지난 총선 때는 겸허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다가갔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국면이 올 수도 있었는데, 분당을 겪으면서,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것들이 겹치면서 실망감을 많이 안겨줬다. 이런 것도 여러가지 겹치면서, 국민들과 함께 하지 못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중심을 두지 못한 정당 활동을 했고, 장외투쟁에 국민들이 식상해했고, 그게 지지율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4. 한·미 쇠고기 협상,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두번째는 미국에서 광우병 증상 일으키는 소들을 도축해서 시중에 공급했다가 회수하는 일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미국 내수용 고기가 들어오는 상황에 대비해 그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했는데 하나도 받지않았다. 미국에서 두번째 광우병 환자가 발생해 사망한 사례가 지난 4월에 발생했다. 인간 광우병인지 그것이 확정되기도 전에 협상에 응해버렸다. 그렇다면 미국에 광우병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한 후에 협상을 해야하는데, 막바로 아무런 과정을 밟지 않고 협상에 응해버렸다.
세 번째는 뇌와 척수를 제외하고 특정위험물질 SRM을 다 내줘버렸다. 대만이나 중국, 일본, 홍콩, 캐나다 등을 보더라도, 미국의 쇠고기 90%를 수입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더라도, NAFTA 체결한 국가들 말고는 아무도 내주지않는 사항인데 다 풀어줘버렸다.
더 큰 문제는 30개월 이상 연령제한도 풀어준 것이다. 30개월 이상짜리도 척추, 머리뼈 등 들어올 수 있게했고, 이게 30개월 이상인지 이하인지 알수가 없다. 30개월 이상짜리 머리뼈 척추도 다 들어오기 때문에 광우병 위험성에 바로 노출되는 것이다. 광우병이 새로 발생해도 수입 중단조치를 시킬 수 없도록 해버렸다. 도축장도 미국에서 이렇다하면 우리가 무조건 인정해줘야 하는, 철저하게 미국의 평가와 판단에 맡겨버리는 꼴이 되버렸다. 미국의 도축시설들이 아주 문제가 많이 있더라도, 미국 주장대로 다 들어줘야되고, 미국 요구대로 다 내줘버렸다.
5. 미국산 쇠고기 위험성 논란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값싸고 좋은 고기 먹을 수 있게됐다고 말했는데?
- 미국산 쇠고기가 값은 싸다, 호주산보다도 미국산이 싸다. 하지만 질은 아주 안 좋다. 미국은 소에게 비반추 동물사료를 많이 먹이고 있다. 빨리 살을 찌우려고 운동도 안 시킨다. 그래서 고기가 연해서 먹기 좋다. 하지만 질적으로 보면 광우병에 위험한 고기이기 때문에 질은 아주 좋지않다고 봐야 한다. 돼지나 닭에게도 광우병 위험물질들로 만든 사료를 먹이고, 또 돼지 닭이 죽으면 똥 싼 것까지 해서 소사료로 먹이기 때문에 미국의 소가 광우병 위험으로 안전하지 않다. 이게 어떻게 질이 좋은 것인가?
미국 사람들이 뉴질랜드 소를 1년에 25만 톤을 수입해서 먹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1년에 쇠고기를 50만 톤 수출하는데 그 절반을 미국 사람들이 사먹고 있다. 뉴질랜드 쇠고기는 초지에서 풀만 먹고 동물성 사료 쓰지 않는 질좋은 비싼 고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쇠고기가 얼마나 위험한 지 제대로 모르고, 실용적인 생각에서 한 소리다. 값은 싸지만 국민건강에 위험한 고기를 갖다가 준 것이다.
6. 정부는 쇠고기 전면개방이 노무현 정부때부터 방향이 정해져왔던 것이라고 말하는데?
- 노무현 전 대통령이 OIE(국제수역사무국) 평가 등급 기준에 따라서 합리적 기간 안에 합리적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전화를 미국 측에 줬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이명박 정부가 그런 이야기를 할 근거는 줬다고 본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 때는 미국이 위생조건을 많이 위반했기 때문에 검역 주권을 중심으로 놓고, 갈비뼈 정도는 내 줄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특정 위험물질까지 내주고 연령제한까지 풀어준 것은, 계란 흰자나 껍데기 정도 떼어 주려고 하다가 노른자까지 통째로 줘놓고, 과거정부 때 것 설거지 했다고 주장한 꼴이 됐다. 말 안된다.
검역주권 다 내줬고 절차도 다 생략하고, 방역 전문가들의 얘기도 안 듣고, 방역협의회 다 생략하고 협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선물보따리 줄 생각을 하고 빨리 보따리 넘겨라고 해서 갖다 준 것이다. 어떻게 억지를 써도 그런 억지를 쓸 수 있느냐. 그동안 국회에서 참여정부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갈비정도는 열어줄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협상에 임한 공무원들도 양심이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만나면 죄송하다고 말한다. 공무원들이 희생제물이 됐다.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위해서는 양심 고백을 하는 공무원이 나왔으면 좋겠다.
7. 그런데 실제로 시중 한우가격이 너무 비싼 것은 문제이지 않나?
- 일본은 쇠고기 값이 우리보다 서너 배 더 비싸지만 일본인들이 사먹는다. 우리나라 서민들은 사서 먹기 힘드실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닌가. 음식쓰레기가 1년에 처리비용이 15조나 된다고 하지않나. 농민들이 생산하는 생산비용을 국민들이 부담해주는 각오도 해야된다고 본다. 국민들이 이런 인식을 해야 한다.
두번째는 시장의 한우 가격이 떨어져도 식당의 가격이 안 떨어진다. 유통 개선해야 되는데, 정부가 가만히 있다가, 미국 쇠고기 들어온다니까 직거래 어쩌고 하면서 화들짝 놀라서 뭘 하려는데, 근본적으로 농산물 유통체계를 바꿔야 한다. 이것을 할 곳이 농협인데, 농협이 돈 놀이 하는 데 빠져서 그걸 못하고 있다. 유통구조 개선해야 소비자 생산자도 실질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
8. 쇠고기 유통과정의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 도축, 정육점, 소비자들에게 파는 과정에서, 또 식당에서 넘기는 과정에서 유통과정이 3-4단계 된다. 유통단계를 줄여야 한다. 한우의 산지가격과 연동해서 시장 가격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소비와 공급이 가격에 따라 연동돼야 하는데, 아무리 산지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 가격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쇠고기 수요가 줄게되고, 산지 한우가격은 더 떨어지게 된다.
9.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해서는 안되는 걸 했다. 대선 이후 정치적 시대적 요구가, 진보를 희망하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가 진보세력이나 정당이 힘을 모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민노당이 분열됐다. 진보 정당일수록, 정당을 위한 행보보다는 서민과 민중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잘못된 판단이고, 분당이었다.
10. 민노당 분당의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종북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 노회찬 의원이 국보법 폐지중심에 섰을 때, 이파 저파 없었다. 평등파나 자주파를 모르고 4년을 살았다.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파에 대해서 못느꼈다. 그런데 대선 치르고 나더니 '종북'이라는 말이 나왔고, 처음엔 북쪽의 종소린줄 알았다. 물론 내부적으로 파에 따라서 통일이냐 자주냐 주장들이 있다는 거는 알았지만, 그게 분당까지 갈 상황은 아니었다. 분당까지 갈 정도로 평소에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거나 갈등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선 끝나자마자 국민적 지지가 적게 나오고, 이런 지지를 가지고 총선 때 힘드는 것 아니냐, 이런 판단이 나왔고,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것을 분당의 명분으로 내걸었다. 또 민주노동당을 그렇게 보는 분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판단에서 '친북·종북' 이야기를 크게 흔들고 나왔다고 생각한다.
11. 민주노동당도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 많다. 앞으로 당대표에 도전할 뜻은 있는가?
- 전혀 없다. 다른 정당과 달리 민주노동당은 원외 당원 활동이 가장 활발한 정당이다. 그런 면에서 대중정당이라고도 할 수있다. 민중들 속에서 지역문제나 사회문제, 정치문제들을 이슈화할 수 있는 정당이다. 내 경우 당에서는 아직까지 초년생이다. 원내에서 농업문제와 서민경제 살리는 문제, 소외계층 대변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한다.
숫자가 많으면 여러 가지 역할을 나눠서 하면서 당 책임도 맡을 수 있겠지만, 숫자가 작다.
5명 밖에 안된다. 나같은 경우는 원내에서 해야할 일들이 더 많다. 국민들의 기대와 주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책개발이나 자기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2. 17대 의정활동하면서 단식만 6번 했는데?
- 의정활동 할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의정활동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정활동 다 한다고 해도 안되는 일이 있을때, 국회가 행정부 감시를 안할 때 거기에 대해 분노를 느꼈고, 그 다음에 더 할 게 없을 때는 국민에게 호소해야 할 것 아닌가. 내 스스로 견딜 수가 없으니까, 내가 굶고 그런 몸짓이라고 해야,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단식을 했다.
13.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수염은 언제부터 길렀는가?
- 80년대 이후 농촌 총각들이 결혼도 못하고 자살도 많이 하고, 사회적 문제가 됐다. 그 당시 1989년에 농촌총각 결혼문제 해결하자며, 총각들을 서울로 데려와 장가 보내기 운동을 펼쳤다. 그때 첫 쌍을 결혼 시킬 때까지는 수염도 안깎고, 머리도 안깎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우리 몸도, 조물주가 다 필요해서 마련해 놓은 것이다. 머리도 콧털도 이물질이나 오염도 막아주려고, 빗물도 막아주려고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근데 이걸 굳이 잘보이려고 날카로운 칼로 깎는다는 게 제가 농사짓는 것과도 맞지 않는 것 같고. 한 20년 이상 길렀다. 한복도 정신건강,육체건강에도 참 좋다. 속고름을 맬 때 마음 가다듬듯이 메고, 거동도 촐랑스럽고 경망스럽게 할 수 없다.
14. 인간 강기갑은 누구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 농사를 짓던 사람이요. 농사를 짓다 보니, 농촌의 민주화, 협동조합, 생명공동체 운동 등을 많이 했다. 올바른 먹거리, 민족건강, 생명공동체 등, 나만의 운동보다는 함께 하는 상생의 운동을 했다. 농사 자체로 봐도 유기농법은 상생농법이다. 흙 1그램 안에 2백만 마리의 미생물이 있고, 별빛, 달빛, 하늘 공기, 사람이 다 같이 짓는 것이 유기농법이다. 옛날에 카톨릭 농민회, 전국농민회에서 농민운동을 좀 했는데, 농업이 생명산업으로서 국민건강과 공동체 문화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상생 산업이다. 농업의 위기, 식량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현실로 나타났다. 5년 안에 올 지, 3년 안에 올 지 모른다. 17대 총선 때 비례대표 등록 사흘 앞두고 강요로 국회에 갑자기 들어왔다. 인간 강기갑은 평범한 농사꾼이라고 보시면 된다.
15. 다른 국회의원들과는 잘 안 맞지 않나?
- 태안 유류피해 특별법, 각 정당들이 다 내놨지만 실제로 심의할 때는 별로 신경안쓴다. 이런 걸 보면서 분개하고 분노할 때가 참 많았다. 동료에 대한 미움도 많았다. 처음 단식 할 때도 그런 분노 때문이었다. 단식하면서 동료 미워하는 마음 없애달라고 계속 기도했다. 문화적으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 의원들과 어울리려고, 술을 먹고 구토를 할 정도로 잘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동료의원들을 보면 실질적으로 법을 심의하고 상임위할 때, 올바로 질책하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때 뿐이다. 이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평소에 열심히 법을 개발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람한테 표를 줘야 그걸 열심히 할 텐데... 이놈의 선거 문화가 아무리 그렇게 열심히 해도 다음에 선거 나올 때는 다음에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 동료들 말이 '강 의원 아무리 그렇게 해도 표가 안 된다' 차떼기 해도 그걸 못 보고, 도로 놓고, 다리 놓고, 사람 관리해야 그게 표가 되는 거지, 중앙에서 그렇게 한다고 표가 나오느냐고 말을 하더라. 그래도 나는 소신대로 의정활동을 했고 그 결과가 당선으로 돌아왔다. 이제 정치권에 봐라 내가 이렇게 했으니 당선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할 수 있다.
16. 가족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소개해달라
- 애들이 4명이다. 3남 1녀인데 막내가 6살, 큰애가 고등학생. 둘째 놈은 중학교 2학년인데, 꼭 농사짓겠다고 한다. 큰애는 문학이나 철학쪽으로 관심이 많다. 딸도 촌에서 농사꾼으로 살았으면 싶다. 그러나 내 욕심대로 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사천에서 학교다니고 있다.
(**강기갑 의원은 1987년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투쟁을 벌이면서 '농촌총각 결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130여 쌍을 결혼시켰는데, 이때 함께 사무실에서 일하던 여성과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