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폭력시위로 온나라가 떠들썩합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 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현장이었습니다. 성화봉송을 환영하는 중국인 유학생 8천여명이 한꺼번에 집결했고, 반중국시위대도 한자리에 모였지요. 서울 한복판에서 붉은 깃발을 앞세운 그 인파는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월드컵 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붉은 악마들의 질서와는 달리, 중국인 유학생들은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우리 국민들을 향해 던진 폭력적인 도구들.. 반중국시위대가 보여준 그 물품들은 돌덩이부터 창, 대형 펜치(?) 까지 잘못 맞았다가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만한 도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중국인들이 어떻게 모두 집결할 수 있었을까.
물론 시대가 다르니, 인터넷의 힘, 열정적인 학생들이 모였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들의 폭력에 놀란 우리는 중국인들이 폭력시위를 사전에 준비했다는 정황이 나타나면서 더욱 놀랐습니다. 반중국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중국인 유학생들이 누군가가 대절해준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중국 정부나 대사관 측에서 차편을 제공했을 거라는 겁니다. 또 티벳 사태와 관련해 중국 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회원들은 폭력시위에 쓸 도구들을 중국인 유학생들이 벌써 열흘 전쯤부터 중국인 대사관에 갖고 들어가는 걸 봤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서술할 수 없기에 하나씩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폭력시위가 이슈화되면서 다들 날카로워진데다 미리 준비했다는 내용을 말해줄 중국인 유학생을 찾은 일은 가히 쉽지 않았습니다. 각 대학의 유학생회와 각종 유학원, 그리고 사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중국인 유학생들과 접촉한 결과, 중국 대사관 측이 유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대사관은 각 대학 유학생회 등 자치 조직에 일정 인원이 참석해주길 수개월 전부터 요청했고 형편이 어려운 유학생들을 위해 교통비와 식비까지 제공하며, 참여를 유도했다는 겁니다. 물론, 대사관이 폭력을 행사하라고 시키지는 않았겠지요. 행사참여와 폭력사태가 벌어진 것은 물론 따로 생각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올림픽을 치러야할 국민이라고 보기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졌고 대사관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데 일조했다면 이들을 제대로 통제했어야 했다는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자 중국 대사관을 찾아갔지만, 굳게 닫힌 대사관 문을 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관이라지만, 너무나도 당당한 그들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하루종일 전화통화도 어려웠던 대사관에서 5분이라도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걸 오히려 행운이라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하다 잠시 알현할 기회를 준..;; 공보관은 학생들은 절대!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며, 예상치 못했던 폭력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며 시민들이 부상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유학생회와 대사관은 특별한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지만 우리 땅의 한 복판에서 이렇게 폭력시위를 해도 아무 힘을 쓰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왠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화가 난 우리 국민들은 자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경찰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쏟아냈습니다. 우리 땅에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가는 건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양국간의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갈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편집자주] '현장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해요' 올해 6년차 기자인 한정원 기자는 경제·금융분야의 오랜 취재경험을 갖추고 지난 2007년 경력기자로 SBS 보도국에 합류했습니다. 지금은 사회2부 사건팀의 고참기자로 활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