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 사건, 기업체에도 '불똥'


국보 1호 숭례문 방화 사건의 불똥이 문화재청과 중구청 등 관계 기관은 물론 일반 기업들에까지 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보 1호가 소실된 국민적 충격이 큰 사건인 만큼 숭례문이나 방화 피의자와 크건 작건 관련됐던 회사들은 회사 이미지 손상 등 피해를 볼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자사와 관련된 부분의 진상파악과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숭례문 화재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회사는 화재 당시 숭례문의 무인경비를 맡았던 KT텔레캅이 꼽힌다.

이 회사가 숭례문의 무인경비를 맡은 지 불과 열흘만에 방화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경비 시스템이 지나치게 허술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문화재 지킴이 활동'이라는 좋은 취지로 숭례문의 경비를 자처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 이름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만 셈이다.

반면에 KT텔레캅 직전에 숭례문 경비를 맡았던 에스원은 일단 큰 사건에 연루될 위기를 모면한 데 대해서는 내심 안도하면서도 혹시라도 구설수에 휘말릴까 두려워 하면서 입 조심을 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루브르박물관 한국어 안내서비스 행사에 유홍준 문화재청장 부부를 초청해 유럽 항공권을 제공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전통과 문화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실시하는 행사를 마련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역점을 기울였는데 정작 초청인사인 유홍준 청장이 외유설에 시달리자 낙담하는 표정이다.

대한항공은 자사 문화행사의 경우 회사 경비로 관련 인사들을 초청해왔으며 그 관례에 따라 루브르박물관 행사에 유홍준 청장도 초청했는데 공교롭게 숭례문 화재가 맞물리면서 이 행사 자체가 빛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이 민간외교 차원에서 루브르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성사시킨 것은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의미있는 행사라는 취지에서 문화재청장을 초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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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피의자 채모씨가 숭례문을 방화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꼽은 고양시 일산동 주택의 보상 업무를 담당한 주체여서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정상적인 토지 수용 절차를 거친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피의자가 '오죽했으면 이랬겠냐'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어 건설회사들의 토지 보상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까 봐 걱정하는 눈치다.

방화범이 검거된 지난 12일 현대건설 본사에는 관련 사업의 담당자들을 통해 보상 협의 과정과 수용 절차 등을 재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채모씨가 인근의 다른 토지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보상 가격을 요구했고, 협상이 불가능해 법에 따라 토지수용위원회 재결 단계까지 가게 된 것"이라며 "일반적인 보상행위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건으로 번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회사 이미지 손상과는 무관하지만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숭례문 화재 소식을 접하고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잔치를 취소했다.

신한은행은 문화재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태평로 본점 바로 앞에 위치한 숭례문을 지킴이 활동의 상징처럼 여겨온터라 화재 소식을 듣고 차마 자축 행사를 열 수 없었던 것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아끼던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해 우승의 기쁨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사랑이 남달랐던 만큼 복구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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