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화풀이" 방화로 사라진 문화유산들


2006년 4월26일 오후 5시4분 무렵 창경궁 문정전에 불이 났다. 이 불은 다행히 관람객 양해룡 씨 부부와 창경궁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대형 화재로 번지지 않고 문 일부만 태우고 6분만에 꺼졌지만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화재는 최모(68) 씨에 의한 방화로 밝혀졌다. 그는 토지보상 문제로 홧김에 미리 준비한 신문지와 부탄 가스통을 이용해 고의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문정전 방화범이 온 나라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숭례문 화재사건의 방화범으로 경찰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 방화사건은 불과 5일 뒤인 같은 해 5월1일에도 발생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 화성의 일부인 서장대 2층 누각 전체를 몽땅 잿더미로 변하게 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방화범 안모(24.무직) 씨는 "카드빚 등 빚 3억 원 때문에 고민하다 혼자 술을 마신 뒤 나도 모르게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안 씨는 자기 속옷을 벗어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바닥에 던져 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최근의 사례들은 방화범에 맞서 싸우는 소방관 형제를 소재로 한 미국영화 '분노의 역류'(원제 Backdraft)와 같은 일이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님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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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비교적 자주 일어난다. 특히 방화를 포함한 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반달족에서 유래한 '반달리즘'(vandalim)이라 한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미국 작가 마거릿 미첼이 집필활동을 한 까닭에 기념관으로 개조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미첼 하우스'는 1994년과 1996년에 연이어 방화에 의한 화재를 만났다.

이웃 일본에서는 방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50년 발생한 저명한 교토 소재 긴카쿠지 금각 방화는 일순간에 일본이 자랑하는 국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방화사건은 이 사찰의 학승이 홧김에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경주 남산에 비견되는 일본 불교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와카야마현 소재 고야산 일대 사찰 문화재의 경우 2000-2005년 사이에 3건에 이르는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도 탈레반이 폭탄을 이용해 파괴했으나 석재 문화재에 대한 일종의 방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자 일각에서 서울시가 추진한 숭례문 일반 개방이 이번과 같은 참사를 불렀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으나 방화와 같은 범죄행위는 사실 해당 문화유산의 개방 여부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문화유산계의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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