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에 치이고 '추격자'에 쫓기는 설 영화


설 시즌 한국영화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설 앞과 뒤의 영화가 설 영화보다 더 집중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더 게임', '라듸오 데이즈',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일제히 지난달 31일 개봉했으며 5일에는 '마지막 선물'과 '6년째 연애중'이 개봉한다.

외화로는 지난달 31일 개봉한 중국영화 '명장'과 5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찰리 윌슨의 전쟁'이 명함을 내밀었지만 주로 한국영화끼리의 경쟁이다.

보통 설이나 추석 시즌에 접어들면 그 전 개봉작은 자연스럽게 간판을 내린다.

그런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최근의 '핸드볼 신드롬'과 맞물리면서 흥행몰이를 개봉 4주째 이어가고 있다.

각 사이트 예매점유율을 보면 '우생순'의 뒤를 이어 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더 게임'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관람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우생순'에게 지난달 29, 30일 일본 도쿄에서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놓고 치러진 남녀 핸드볼 대표팀 재경기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끊이지 않게 하는 엔진이 됐다.

두 경기 모두 이겼을 뿐 아니라 이틀간의 경기가 지상파TV로 생중계되면서 일본 현지에 응원간 두 주연배우 문소리와 김정은의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내내 잡혔다.

또한 경기 승리 후 언론은 일제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제목을 차용한 헤드라인을 뽑아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또한 '우생순'의 내용이 올림픽에만 반짝 주목받을 뿐 평소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핸드볼 선수들의 애환과 선수들간의 팀워크 등을 그려낸 까닭에 대중에게 더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설 겨냥 영화들로서는 '우생순'의 이런 파이팅이 부러운 한편 큰 걱정거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영화계에서는 14일 개봉하는 '추격자'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추격자'는 신예 나홍진 감독을 주목하게 만들었으며 주연배우 김윤석의 존재감을 새삼 드러냈다.

시사회 후 영화계 인사들이 모이면 설 영화가 아닌 '추격자'를 입에 올리기 일쑤며 시사회를 본 관객의 열띤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추격자'가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로 고른 호평을 받자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는 30일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만 4년 만에 처음으로 4천300명을 초청해 코엑스 메가박스 전관 시사회라는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비록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지만 같은 등급에 비슷한 장르영화였던 '세븐데이즈'의 성공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

설 영화들은 곧바로 추격자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주말이 설 스크린 확보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주말에 관객을 끌어들이는 영화는 설에도 스크린을 유지할 수 있지만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가차없이 축소를 당해야 할 판.

400여 개 스크린을 유지했던 '우생순'은 이번 주말 설 개봉작들로 인해 271개 스크린에서 선보인다.

MK픽처스 관계자는 "설 영화들이 31일 개봉했음에도 주말 예매점유율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어 주말이 지나 각 영화의 흥행 성적이 드러나면 설에는 이번 주보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설 영화로 '마지막 선물'을 내놓은 쇼박스는 한 주 후에 곧바로 '추격자'를 내놓아야 한다.

쇼박스 관계자는 "'마지막 선물'이 있어 아직 스크린 수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설이 지나고 나면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평단의 반응도 좋지만 극장 배급 관계자들이 '추격자'를 보며 ''살인의 추억'이 생각난다'며 매우 흡족해하고 있어 스크린 수가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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