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노숙소녀' 폭행치사 사건은 10대들 범행

8개월만에 가출 청소년들의 범행 사실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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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노숙소녀' 상해치사 사건은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주도해 저지른 범행임이 8개월여만에 밝혀졌다.

이 사건은 당시 20대 노숙자 2명이 범인으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일단락됐으나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10대 청소년들이 잃어버린 2만 원을 되찾겠다며 같은 10대 소녀를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충격적인 노숙소녀 피살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해 5월 14일.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수원시 권선구 매교동 한 고등학교 화단 옆에서 10대 소녀가 숨져 있는 것을 학교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피해자는 허름한 옷 차림에 온 몸에 멍이 들고 머리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옷가지에 덮혀 있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성 뇌경막하출혈(외부 충격으로 뇌에 피가 고이는 증상)로 심폐기능이 정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유류품과 지문기록이 없는 피해자를 미성년 가출 청소년으로 추정하고 탐문 수사에 나서 수원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정모(29), 강모(29) 씨 등 2명을 피의자로 검거했다.

정 씨는 당시 경찰에서 "같이 노숙생활을 하며 안면이 있는 피해자가 돈을 훔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를 데려가 때린 뒤 움직이지 않자 옷가지로 덮어놓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같은 달 31일 이들을 기소했으며 이후 정 씨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 강 씨는 단순 폭행죄로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후 7월, SBS '그 것이 알고 싶다' 예고프로그램을 본 어머니가 경찰에 찾아와 자신의 딸이라고 밝히면서 피해자의 신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대조절차를 거쳐 사건 51일만에 김모(당시 15세)양으로 확인됐고 이 사건도 시신이 이틀 뒤 수원연화장에서 별다른 조문객없이 쓸쓸히 화장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수원지검이 이달 초 다른 사건으로 수감됐던 한 남자로부터 "동료 소년수에게서 '내 친구들이 노숙소녀를 죽였는데 다른 한 명이 모든 것을 뒤집어 써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 제보를 입수하면서 사건의 새로운 진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용의자들이 가출 미성년자들이어서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어렵자 인터넷 사이트 등을 뒤져 이들의 사진과 ID 등을 찾아내 소재 추적에 나선끝에 10대 가출 청소년 5명을 PC방 등에서 검거했다.

검찰 수사결과 피의자들은 사건당일 수원역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 김 양을 상대로 '일행인 곽모 양의 돈 2만 원을 훔쳤다'며 추궁하다 김양이 횡설수설하면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양은 지적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시각장애까지 있었고 부모가 이혼한 상태에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수시로 가출해왔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설명하면서 "피의자 중 한 명이 조사 중에 종이컵 뒷면에 피해자에게 '15세 님아 미안합니다'라는 속죄성 글을 적기도 했다"며 "그러나 어린 나이의 피의자들이 같은 또래의 피해자를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잔인하게 폭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수사팀도 심한 당혹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피의자들은 범행 후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피해자 사진이 실려있는 전단을 보고도 "전혀 아는 바 없고 처음 보는 얼굴이다"고 대답한 뒤 출연료까지 챙긴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이 사건 범행 이후에도 최 군 등 2명은 빈집털이, 차털이 등 특수절도죄를 여러 차례 저질렀고 또 다른 한 명은 특수절도 혐의와 관련해 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되는 등 제2의 범죄를 저질렀다.

검찰은 "피의자들은 부모가 이혼 또는 가출, 사망한 상태에서 성적비관, 학교폭력, 따돌림 등으로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중.고교를 중퇴하고 가출, 자신들도 피해자처럼 다른 가출 청소년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며 "가출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생존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삶의 일부로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차 수사당시 이들의 범행을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해 "특정할 만한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정 씨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가벼운 폭행만 하고 현장을 떠났으며 그 이후 자신이 혼자 때렸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씨는 학생시절 정신병력이 있었고 수원역 노숙자들 사이에 '짱'으로 통하는 상위서열자였다"며 "노숙자 특유의 서열의식과 자포자기 심리가 단독 범행을 했다고 진술하는 데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마약.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학석)는 30일 상해치사 혐의로 공범 중 김 모(15)군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사건(특수절도)으로 구속 중인 최모(15)군은 불구속기소했다.

또 사건 당시 형사미성년 촉법소년이었던 곽 모(14)양은 수원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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