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입찰제도에 허점, 대형 건설비리 키워

업체·평가위원 유착으로 '예산낭비·부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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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동남권유통단지 입찰비리가 검찰 수사에 의해 사실로 드러나면서 '턴키(설계ㆍ시공 일괄 입찰) 제도'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후한 평가점수의 대가로 금품이 오간 사실을 파악하고 공무원, 공기업 직원, 대학교수 등 11명과 건설업체 관계자 17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비리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실시공과 예산낭비 등의 문제점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내 입찰제도는 공사비 300억 원 미만으로 설계·시공을 분리 발주하는 '적격심사제', 300억 원 이상으로 설계·시공을 분리 발주하는 '최저가 낙찰제', 설계·시공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제'로 나뉜다.

최저가 낙찰제는 지나치게 낮은 낙찰률(평균 65% 이하) 때문에 수익성이 없고 적격심사제는 3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인 데다 입찰 업체가 수백~수천 군데라서 요행수를 기대할 수밖에 없어 대형업체들은 턴키 입찰에만 참여하고 있다.

턴키 입찰에서는 설계평가점수, 입찰가격점수 및 당해 공사 수행능력점수를 합산해 최고득점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데 설계평가점수가 낙찰을 좌우하는 실정이다.

검찰은 ▲ 설계 평가가 불공정하고 평가위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 ▲ 설계 심의가 부실한 점 ▲평가위원 후보들이 과다해 관리가 부담스러운 점 등을 턴키 제도의 허점으로 꼽았다.

턴키에서는 설계비를 포함한 입찰비가 전체 비용의 3.6~5.3%에 달해 탈락하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설계비를 자칫 날릴 수 있어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7년 감사원이 내놓은 '턴키 운용실태'에 따르면 138건의 설계평가 가운데 33건(23.9%)에서 1~2명의 평가위원이 채점한 두 업체의 점수 차가 다른 평가위원들이 내놓은 점수 차의 합계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 평가위원의 전문성 및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2명의 비정상적 채점으로 낙찰이 좌지우지됐는데 비전문가들이 참여해 업체의 이미지만 보고 평가했거나 금품이나 향응으로 업체와 유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평가위원들이 업체와 실질적으로 토론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설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스도 지적되고 평가사유서를 '○○의 설계가 우수하다고 판단' 등으로 근거 없이 주관적으로 작성토록 하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또한 조달청이 2007년 10월 확정한 평가위원 후보군에 1천490명이 포함되는 등 발주기관마다 보유한 풀이 너무 많아 전문성과 도덕성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다는 사실도 주요 문제로 부각된다.

검찰은 대형업체들이 '잠재적 평가위원을 관리해 이득을 보거나 불이익을 피하자'는 차원에서 2천~3천 명에 달하는 후보군에게 상시적으로 금품을 주거나 향응을 베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 평가위원 풀을 폐기하고 능력과 도덕이 검증된 고위 기술직 공무원과 소수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평가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며 "외부 전문가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줘 청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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