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문제의 미술품 실체 드러나나?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고가 미술품 보관장소로 지목된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창고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가 비자금을 통해 구입했다고 폭로된 미술품의 실체가 드러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11월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이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폭로했지만 아직까지는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당시 김 변호사는 서미갤러리 홍송원 씨의 명의로 된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 구매목록이 홍라희 여사 등이 구입한 미술품 목록이라며 이 목록에 포함된 작품으로 716만달러에 달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1964) 등을 꼽았다.

'행복한 눈물'은 대중 만화를 소재로 그래픽 같은 단순하고 뚜렷한 윤곽선을 사용하면서 그림위에 망점이 드러나도록 하는 미국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중 하나다.

이를 비롯해 당시 거론된 작품 30점 중에는 팝아트나 미니멀리즘, 추상표현주의 등 현대 미술을 주도한 거장의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돼있다.

'베들레헴 병원'은 미니멀리즘 시대의 미국 대표 작가중 한명인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으로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화면을 검은색과 회색으로 칠한 대형 작품(213.36×335.28㎝)으로 경매 때 800만 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또 미국 추상화가 바넷 뉴먼의 '화이트 파이어'(낙찰가 385만9천500달러), 미국 미니멀리즘 설치조각가 도널드 저드의 '무제'(143만9천500달러), 데이비드 호크니의 '닉 와일더의 초상'(286만9천500달러), 독일 추상 표현주의 대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105만4천500달러) 등도 '명품' 반열에 드는 작품들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비자금을 통한 미술품 구입 사실을 부인해왔다.

김 변호사가 이 회장 집에 걸려있었다고 주장한 '행복한 눈물'에 대해서도 삼성측은 폭로 당일 해명자료를 통해 '행복한 눈물'만 홍라희 여사가 개인 돈으로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두번째 해명자료에서는 서미갤러리로부터 받아 며칠 걸어놓고 보다가 다시 돌려줬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삼성의 해명이 오락가락했듯이 서미갤러리 대표인 홍송원 씨의 설명도 아귀가 맞지 않으면서 진실은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홍 씨는 당시 자신이 '행복한 눈물'을 갖고 있고 작품을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밝혔지만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특검의 소환 대상자로 거론되는 홍 씨는 현재 출국금지된 상태로,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미술계는 이번 수사가 삼성측에 미술품을 판 대형 화랑들로 확산되면서 작년말이후 위축조짐을 보이는 미술시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에 미술품을 판 화랑들로는 국제갤러리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국제갤러리 대표의 경우 작년 11월 해외 출장을 나가 현재까지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등 수사 진행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특검이 이날 압수수색을 벌인 에버랜드내 창고는 공식 용도와는 달리 항온, 항습 등의 장치를 갖추고 고가 미술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된다는 첩보가 입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창고들중 하나는 에버랜드내 삼성화재 부설 맹인 안내견 학교 뒤에 위치해 있으며 안내견이나 사고 구조견 등의 축사로 활용되고 있다고 삼성측은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