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 지원받는 태안 주민들 반응은 '시큰둥'


"생계지원비? 듣기로는 가구당 많아야 200만 원 정도 나온다는데 그걸로는 두달치 밀린 세금 내면 끝이여, 실질적인 생계대책이 필요하다니까."

21일 충남도가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시름을 겪고 있는 서해안 6개 시.군 주민들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긴급생계자금과 도 예비비 등 558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해당지역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남 태안군 천리포에서 양어장을 운영하고 있는 안미용(40.여)씨는 이날 "그걸로는 세금도 못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안 씨는 "한달 넘게 뱃일도 못나가고 방제작업에만 매달렸는데 얼마되지도 않을 생계지원비로 손해 보전이 되겠느냐"며 "그나마도 사고 발생 이후 퇴거한 사람은 안되고 한 가구당 한 사람밖에 지원이 안되는 등 제약이 많아 다들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기 몫이 줄어들까봐 동네 사람들끼리도 서로 다투고 난리"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피해어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언발의 오줌누기 식 대책만 펴고 있다"며 분노했다.

다른 주민들은 기름유출 피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에서 횟집을 운영중인 백남규(46)씨는 "TV에서 연일 보여주듯 태안군 일대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정부는 자꾸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증거보전을 하라고 요구한다"며 "우리에게만 피해보존을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고 당사자들인 삼성 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사고 관련 자료보존이나 제대로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생계지원금으로 1천만 원이 지급된들 아무 소용없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어민들에 대한 선보상을 실시하고, 책임소재가 명확히 드러나면 사고 당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주장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김관수(57) 이장도 "군에서 설명하기로는 생계비 지원 대상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위원회를 구성해 지원대상 명단을 제출해야 배분이 이뤄진다는 등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며 "지금 여기는 당장 먹고 살 것이 없어서 다들 죽는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탁상행정만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초기 방제대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잘못도 매우 크다"며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피해 주민들 모두 여의도로 쳐들어가서 끝장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리포 어촌계장 지영길(65)씨는 "생계비 배분이 형평성 있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해당사자들이 많아 공평하게 나누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주소지만 여기고 외지에서 사는 주민도 있고, 바닷가에 별장만 지어놓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원금 배분하려다 주민들끼리 불화를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남도는 21일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생계를 위해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지원된 긴급생계자금 300억 원과 충남공동모금회에 접수된 국민성금 158억원, 충남도 예비비 100억 원 등 모두 558억 원을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서해안 시.군에 지급키로 했다.

(태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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