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대학입시 자율화 방침에 따라 수능등급제 폐지와 본고사 부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학원가에는 긴장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올해 수험생이 되는 예비 고3 학생들은 각 대학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입시안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불안감으로 학원을 찾지만 막막하기는 학원도 마찬가지다.
◇ 입시학원 "감이 안 잡힌다" = 확정되지 않은 입시 정책이나 대학별 방침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자 입시학원들은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실장 김모(30)씨는 "현재로서는 정부에서 논의되는 이야기와 언론에 보도되는 얘기를 예의주시하는 수 밖에 없다"며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입시지도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본고사는 안 본다라는 말이 나돌면서 여러 논술학원이 크게 동요했고 시장이 일부 얼어붙기도 했다"며 "학생들이 '지금 뭘 해야하냐'고 묻지만 답답한 심정은 학원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중계동 S학원 원장은 "대학 입시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에서 논의되는 정책과 대학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순발력 있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계동의 A학원은 최근 '언론에 노출된 교육정책 변화'라는 주제로 긴급대책 회의를 열어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이 학원은 일단 수능 점수제 실시와 정시논술 폐지가 확실하다고 보고 수시 준비반과 특차 논술반 운영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 학원의 원장은 "아직 입시정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수위가 학부모와 학생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사교육을 음지화할 생각이 없다면 현장의 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예비 고3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 지난 18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있는 한 입시학원.
오전 10시에 학원에 나온 김모(18ㆍK여고 2)양은 잠시 휴식시간을 빼곤 오후까지 영어, 고전문학, 경제 수업을 잇따라 들었다.
이 학원에는 김양을 비롯한 예비 수험생들이 일주일치 공부계획표를 세운 뒤 일찌감치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들어갔지만 마음은 영 편치가 않다.
김 양은 "수능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해 좋기는 하지만 논술이 폐지된다는 얘기도 들리고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다"며 "수능등급제 때문에 논술학원에 수십만원씩 내고 다녔던 애들은 논술이 폐지된다는 소식을 듣고 학원을 그만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김모(19.J여고 2년)양은 최근 대학가에서 들려오는 입시안에 아예 신경을 껐다.
이 얘기 저 얘기에 관심을 갖다보면 너무나 헷갈려서 수능, 논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공부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김양은 "최근 여러 번 입시정책이 바뀌었지만 실제 어떻게 바뀔지 잘 모르겠다"며 "내신과 수능, 논술을 죄다 준비하다 보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했다.
대형 입시학원이 몰려 있는 대치동 학원가도 방학인데도 예비 고3을 비롯해 학원을 찾는 학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몇 년 더 있어야 대학입시를 보는 어린 학생들도 벌써부터 불안해 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윤모(17)군은 "곧 입시제도가 확정 발표된다는데 당장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모르겠다"며 "일단은 영어와 수학, 사회탐구 등을 공부하는 단과학원에 다니며 기본 준비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보습학원에 다니는 예비 고교생 이모(16)양은 "대입까지는 3년이나 남았지만 최근 입시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며 "일반고에 가기로 했는데 특목고를 안 간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