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매출 1천억달러' 찍은 날…압수수색 난감


삼성전자가 15일 오전 태평로 본관에서 작년 실적을 발표하는 시각을 전후해 이 건물에 대한 '삼성 특검'의 전격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이 회사 관계자들은 당혹감에 휩싸여 난감해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작년 4.4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에서 적지않은 영업이익을 남겨 선방했고, LCD '대박'으로 전체적인 경영실적도 괜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이날은 글로벌 연결기준 연간 매출 1천억 달러 시대를 열었음을 알리는 '각별한 날'이기도 했다.

따라서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잔칫집' 분위기가 없지않았던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특검의 압수수색으로 태평로 본관 안에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언론의 카메라 행렬이 줄지으면서 어수선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작금의 삼성에 닥친 '두 현실'이 교차하는 동시에 삼성이 가진 '두 모습'이 오버랩된 양상이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우식 부사장 IR팀장(부사장)은 이날 오전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적잖게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오후 기자들을 상대로 경영실적을 설명하는 자리에서였다.

그는 오후 기자설명회에서 작년 경영실적과 올해 계획을 설명하기 앞서 '여담'을 전제로 한마디 하는 것으로 모두발언을 갈음했다.

그는 "아침에 200여명을 연결한 콘퍼런스콜을 할 때 특검 압수수색이 이뤄져 개인적으로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콘퍼런스콜을 진행하면서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고도 했다.

주 부사장은 "특히 콘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 문의가 많았다"고 전하고 "이유는 우리가 메모리, LCD 등에서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그 분야 수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그러나) 경영계획이 확정되지 않아서 처음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못해줬다"고 덧붙였다.

주 부사장은 "(그랬더니) 투자자들이 상당히 실망하는 눈초리(눈치)였다"면서 "IR을 담당하는 사람의 개인의견이지만 이처럼 여러가지 업무에 집중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투자가들의 니즈에 대응하지 않게 되면 투자자들이 떠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해봤다"고 말하고 "하지만 이는 여담이고, 중요한 말씀은 아니다"고 톤다운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경영활동과 실적 내기에 특검 수사가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무슨 로봇도 아니고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당장 오늘 우리 층에도 (특검 압수수색팀이) 오지 않았나. 그래서 비상벨이 울리고 그랬다"고 전했다. 여기서 비상벨은 실제로 비상상황에 대비한 벨이 아니라 압수수색 사실이 자신에게 보고된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는 "'이것(특검 수사)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다'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안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일부 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실적 발표를 하는 날 공교롭게 압수수색이 이뤄진 데 대해 난감해 하는 듯한 목소리와 표정이 읽혔다.

삼성전자는 대체로 다음 분기 첫달 두번째 금요일 실적발표를 하지만, 이번에는 그날에 해당하는 11일이 미국 CES 가전쇼 일정 등과 겹치면서 이날로 실적발표를 미뤘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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