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자, 찰밥 도시락 먹으며 '마라톤 토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차 종합업무보고에서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면서 마라톤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업무보고는 오후 2시 30분까지 4시간 30분 동안 계속됐다.

당초 인수위는 전날 당선인 비서실 측으로부터 마라톤 회의에 대비해 도시락을 준비해놓으라는 주문을 받았으나 2시간 정도면 회의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 11시께 회의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선 부랴부랴 도시락을 주문, 결국 12시 40분께 도시락 35인분이 배달됐다.

이 당선인은 차기 정부가 중점 추진할 국정과제 155개에 대해 분과별로 보고를 받은 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찰밥과 나물 등의 밑반찬으로 차려진 도시락을 먹으며 토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도시락을 동원하면서 장시간 회의를 벌인 것은 직접 꼼꼼하게 업무를 점검하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 당선인의 습관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번 보고가 그동안 인수위의 활동성과를 집약하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1차 업무보고로 중요도가 높은 만큼 철저하게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지난 10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발표를 앞두고 일부 핵심 측근들과 장시간 회의를 하면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등 대선과정에서 중요한 회의에서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곧잘 도시락을 찾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담배를 꺼내물며 "장시간 집중했더니 멍하다"고 말문을 연 뒤 "업무중심적인 이 당선인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회의로 다들 불필요한 발언은 삼가고 집약도 있게 토론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4시간 30분 동안 쉬는 시간은 10분에 불과했고 당선인이 거의 자리를 비우지 않아 참석자들도 움직이기 어려웠다"고 빡빡했던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당선인은 차분히 국정과제를 보고받은 뒤 토론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제분과 보고에서는 "페이퍼 워크에만 주력하지 말고 국민이 피부에 와닿는 방안을 내달라"고 주문하며 직접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회의가 끝난 뒤 "당선인이 호통을 치는 일 없이 차분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 속에 회의가 열렸다"고 말했지만 이 당선인은 회의장에 도착하자마자 "옷 좀 벗고 합시다. 이경숙 위원장과 진수희 간사, 이봉화 위원은 자유"라며 상의를 벗은 뒤 곧바로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지시' 파문에 대해 강하게 질책, 화기애애하던 회의장 분위기가 경색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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