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로 본 '이명박 스타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지만 일단 결정이 되면 강력하게 추진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추진 스타일을 두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7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 나와 언급한 말이다.

일주일째로 접어든 인수위 활동에서 엿보인 이 당선인의 일 처리 솜씨는 그야말로 '컴도저(컴퓨터+불도저)'라는 세간의 평판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는 '돌다리 두드리듯' 신중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조기에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일궈내는 스타일이다.

이 당선인의 최우선 국정운영 화두는 두말할 나위 없이 '경제 살리기'이고 ▲서민생활비 경감과 ▲기업 투자의욕 고취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바로 실천목표라고 할 수 있다. 대운하 프로젝트는 이 같은 실천목표에 동력을 불어넣는 일종의 견인차로 볼 수 있다.

현재 진행중인 정부 조직개편이나 주요 정책과제 선정도 결국 이 같은 목표들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당선인이 기업인과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을 거치며 가다듬어온 정책구상의 결정물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팀'을 꾸리고 `액션플랜'을 짜는 과정인 셈이다.

이런 스타일은 '서민생활비 경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통신비 20% 인하와 유류비 10% 인하는 이 당선인의 경제살리기 의지를 선명히 과시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새정부 출범 전에 손에 잡히는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야말로 `속도전'을 펴고 있다. 금융소외자 720만 명의 채무를 경감해주는 신용대사면을 가급적 조기에 실시한다는 구상도 그 연장선이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려는 친기업 행보는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기업이 불편해하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풀고 투자의 발목을 잡는 제도는 뜯어고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특히 20년간 유지돼온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고 지주회사 설립을 용이하게 하며 금산분리를 완화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대기업정책의 큰 물줄기를 아예 바꿔놓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를 유인해내기 위해 일종의 `도랑을 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숙원사업으로 내건 대운하 프로젝트도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이 정부와 관료조직에 대해 구조조정의 칼날을 높이 든 것은 결국 이 같은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지작업의 의미가 크다. 이 당선인 스스로 '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했듯이 정부의 역할을 민간에 대한 '도우미'의 역할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공일 국가경쟁력특위 위원장은 "목수가 연장을 챙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조직은 물론 예산도 10% 이상 '다운사이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특히 이 당선인은 사실상 청와대를 중심으로 직할부대의 기능을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업으로 따지면 일종의 `구조조정본부'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맥이 닿는다는 시각이 나온다. '작지만, 강한' 청와대가 정책의 기획.조정기능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부처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스타일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노선과 정책은 사실상 뒤집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신.구 정부간 대립각이 예리한 대북·외교정책, 경제, 교육분야에서 사실상 패러다임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부동산정책에 대해서 만큼은 '속도조절'을 꾀하고 있다. 부동산을 잘못 다뤘다간 국정운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속에서 관련정책을 '유리알' 다루듯이 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일단 지켜보면서 정책적 변화를 꾀하는 '속도조절'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 활동으로 드러난 이 당선인의 스타일은 주어진 국정목표를 달성해내기 위해 과거를 불문하고 필요한 사람과 조직, 정책을 가져다 쓰는 '이명박식 실용주의'의 실체를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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