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초기부터 논란 가열

"준비되는대로 착수" vs "국민적 공감대 우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추진문제가 또 다시 거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운하 추진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강한 반론이 제기되는 등 취임도 하기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

일단 이 당선인측은 표면적으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우선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공약추진에 무게중심을 두고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당선인의 측근이자 대운하TF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운하는 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이 당선자의 의지가 확고하고 공약에 대해 국민들이 이미 선택한 것이니까 바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대운하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의원은 "운하를 시작하면 지방건설업체들이 하청을 받아 지방경기가 활성화되고 경제도 좋아진다"며 "운하를 한다는 것은 흔들림없는 사실이다. 취임일 이후 준비되는 대로 착수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원인 박형준 의원도 "대운하를 추진한다는 전제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국회 건교위원인 주승용 의원은 "대운하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과연 필요하냐는 문제부터 환경파괴, 수질오염, 경제성, 관광자원 효과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이고 신중한 검토와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뒤에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대운하 예산이 15조라고 하지만 실제 40조가 될지 50조가 될지 알 수 없고, 영산강 뱃길을 복원하는 호남운하와 달리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는 문경새재 터널을 뚫는 등 국토 훼손 우려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강행할 경우 18대 국회에서 다시 첨예한 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운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측 저항도 거세다. 엄형철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처장은 "개발도상국에서나 볼 수 있는 황당한 군사주의적 발상으로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대운하를 추진하려면 각종 영향평가와 문화재 관련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 당선인측이 기존에 만들어진 법을 무력화하려는 초법적 발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 처장은 "환경문제가 심각한데다 올해 내에 착공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당선인이 대운하 계획을 국민 앞에 내놓고 토론을 거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상식적이지 못한 추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당선자측 박승환 의원이 밝힌 대로 18대 국회에서 대운하특별법을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법안 처리가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대운하 추진문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어 법안 처리는 물론 실제 추진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정부가 굉장히 큰 파급영향이 있는 것을 그냥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제시해서 걱정하는 부분이 보완되는 부분을 확인받고 추진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측이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대운하 공약의 천문학적 비용과 환경파괴 등을 우려하면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대운하 추진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측은 신당과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각계각층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국민적 동의를 구한 뒤 정책에 입안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인수위가 다음달초 한국개발연구원과 국토개발연구원 주관으로 운하관련 석학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대운하 토론회를 개최해 찬반 여론을 골고루 경청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형준 의원은 "모든 일을 국민적 합의 속에서 추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대운하 역시 그동안 제기된 우려들을 충분히 검토해서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외 기술 전문가집단의 자문을 받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적어도 지금까지 제기된 반론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며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면 충분히 검토하겠지만 이제는 공약이 아니라 실천할 과제가 됐다"고 여전히 추진 쪽에 방점을 뒀다.

이재오 의원도 "대운하 추진을 검토한다는 뜻은 기술적·환경적 검토를 해서 보완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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