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주 중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수위에 파견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인수위에 파견되는 공무원들은 새 정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다 과거의 경험상 인수위 출신 공무원은 장.차관까지 승진하는 등 출세 코스를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 당선자 측에서는 인수위를 실무형으로 꾸리겠다고 밝혔을 뿐 어떤 인물로 구성한다는 등의 세부적인 지침을 내린 바 없어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어떻게 하면 인수위에 갈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2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인수위에 참여해 출세한 대표적 인물은 김진표 대통합민주신당 정책위 의장이다.
재경부에서 세제실장과 차관 등을 거친 김 의장은 참여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뒤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등의 초고속 출세 코스를 밟았다.
재경부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만큼 5년전에도 국장과 과장 2명, 여직원 1명까지 총 4명을 파견했었다.
재경부는 인수위 측에서 누구를 찍어 보내달라고 하기보다는 거시경제나 금융분야에 밝은 사람, 세제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 등의 조건을 달아 요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식요청이 있으면 경제부총리가 인물을 결정해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자원부는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20일부터 정책홍보관리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져 인수위에 보고할 주요 정책과제와 조직 개편에 대한 대응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산자부는 이 당선자가 경제정책 가운데 무게를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와 해외 자원개발의 지속적 확대를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누가 인수위에 파견될지에 대해서는 부처 내부에 정형화된 틀이 있어 별다른 눈치작전은 없는 상황이다.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 직후 출범한 인수위에는 산업정책국장(현 산업정책기획관)과 자원분야 주무과장급이 파견된 것이 관례로 굳어져 있어 이번에도 인수위의 특별한 주문이 없는 한 이를 따를 것이라는 게 산자부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관례에 따른 파견이었지만 인수위 출신 관료들은 모두 성공가도를 달렸다.
1997년 인수위에 파견됐던 이희범 당시 산업정책국장은 산자부 장관을 지낸 뒤 현재 무역협회 회장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중이며 2002년 파견됐던 김종갑 당시 산업정책국장도 산자부 제1차관을 마친 뒤 현재 하이닉스반도체의 최고경영자(CEO)로 뛰고 있다.
건설교통부도 인수위 파견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공무원들이 대놓고 가고싶다고 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기자들이 주요 보직 간부들에게 "출세가 보장될텐데 줄을 대서라도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걸면 "가면 좋지면 그럴 수야 있나"고 받아치는 정도다.
새 정부의 정책포인트가 건설과 부동산 분야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이 분야를 두루 아는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본부장급에서는 서종대 주거복지본부장이, 국장급에서는 정병윤 정책홍보관리관이 물망에 오른다.
과장급도 한명이 파견될 전망이지만 아직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관례적으로 인수위에 국장, 과장, 사무관 급을 각 1명씩 파견해온 해양수산부의 경우 인수위 파견의 인기가 여러 부처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미 누가 파견될지를 놓고 물밑경쟁이 진행중이다.
과거 인수위에 파견됐던 국장이 해양부 장관으로 오거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하는 등 이후 고속 승진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인수위에 파견될 경우 5년동안 고속제트기를 타고 출세길에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다들 가고싶어 한다"면서 "심지어 인수위에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서로 들고 가서 눈도장을 찍으려고 다툴 정도"라고 말했다.
농림부 공무원들은 꼭 인수위에 들어간다고 해서 출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일부 참여인사들이 '잘 나간' 경우가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때는 오히려 힘들다며 서로 가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당선자가 '실무형' 인수위를 구성하겠다고 언급한만큼, 이번 인수위는 큰 가닥만 챙기고 권한이나 역할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번주 인수위원장이 결정되고 인수위원들이 정해지면 우리 부처에 1급이나 국장, 과장급 가운데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이 올 것"이라면서 "1급은 계약직이라 차기 정권까지 자리가 보전될지 불확실하므로 국장급이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파견대상을 물색중이지만 각 팀장과 본부장들은 인수위 경험이 경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파견자로 선정되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당선자 측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점을 감안, 출총제나 재벌 관련 정책을 집행했던 경험이 있고 여러 부서를 고루 거쳐 공정위 업무를 잘 아는 직원을 선발할 방침이다.
국세청도 아직 파견 대상자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참여정부 당시 인수위에 참여했다가 이후 승진 가도를 달렸던 전군표 전 청장의 전례가 있어 내부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전 청장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인수위에 파견을 나갔고 이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차장을 거쳐 청장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국세청 내부에서는 파견 대상자, 숫자, 직급 등에 대한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파견 대상자의 직급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처럼 국장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며 과장급 1명까지 포함해 2명이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획예산처는 인수위에 참여하면 승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지만 `내가 가겠다'고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관망하는 분위기다. 인수위가 특정 인물을 지정해 보내달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