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어디서 돌려받나"


아시다시피 지난 12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불이 났습니다.

예술의 전당은 내년 초 공연까지 다 취소했습니다.

혹시 '브라게티쇼'나 뮤지컬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를 기대하셨더라도 볼 수 없습니다.

실망하셨겠지만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는 쪽은 공연 기획사쪽입니다.

'위윌락유' 기획사인 이룸이엔티(요새 회사 이름은 너무 어렵습니다~)는 공연을 못하게돼 70억원의 피해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미 공연과 관련해 지불한 돈이 20억원이랍니다.

원저작권자인 영국 WWRY에 지불해야하는 로열티 5억원과 해외투어팀(남아공 프로덕션)인 쇼글로우(showglo)에게 줄 공연비 20억원 중 20억원이 이미 지출됐고 나머지 5억원도 곧 줘야한답니다.

해외투어팀은 올 11월부터 내년 7월까지 공연 일정이 잡혀있고, 공연이 열리는 각 나라 공연기획사가 1/N로 공연비용을 나눴기 때문에 무조건 줘야 한답니다.

해외투어팀은 계약기간 동안 공연이 있든 없든 단원과 스태프들에게 주급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장비와 무대를 옮기기 위한 물류비 10억원에 마케팅비 6억5천만원이 들었고, 이미 판매된 좌석과 기대 수익, 5주간 공연을 할 경우 발생하는 한국 라이선스 권한의 상실 따위를 다 합하면 70억원 쯤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그러면 대관을 취소한 예술의 전당에서는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

이번 화재가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걸로 판명나면 대관료 2억3천만원을 '겨우' 돌려받습니다.

이룸이엔티와 예술의 전당 사이엔 아직 공연 관련 계약서도 없습니다.

달랑 대관 승인서만 존재합니다. 당연히 이런 사태가 닥쳤을 때 대처할 규칙, 계약, 매뉴얼 없습니다.

2000석 대형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은 달랑 화재보험만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예상안한 겁니다. 그럼 화재보험으로 대관료 반환이외에 공연기획사가 입은 피해까지 보상해줄 수 있느냐? 모른답니다. 변호사 자문 구하고 있답니다.

이런 얘길 해줬더니 해외 유명 공연예술인(단)을 몇차례 초청해본 한 전문가는 예술의 전당이 이렇게 대비가 안 돼 있는게 뜻밖이랍니다.

외국 유명 공연단체의 경우 보통 제3자에 의한 공연 관련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초청사 쪽에 보험을 들라고 요구한답니다. 없는 보험상품도 만들어내서라도.

실제로 제가 지난해 CSI를 취재하러 마이애미에 출장갔을 때 마이애미 시 정부는 저희 취재팀에게 보험증서를 요구했습니다.

우리가 뭐 대단한 규모의 프로덕션을 할 것도 아니고, 영화 찍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큐 한 편 제작하러 달랑 3명이 간다고 했는데도 촬영하다 누가 다치면 누가 물어주냐며 보험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상품이 아예 없어, 현지에서 비슷한 상품으로 들었습니다. 비쌉디다.

어쨌든 한국 상황은 이런데, 막대한 손해를 입게된 공연 기획사들이 계약서도 없이 소송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대형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눈치를 봐야하는 기획사가 끝까지 예술의 전당과 "한판 붙어보자"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이번 예술의 전당 화재는 그동안 제대로된 매뉴얼없이도 별 탈 없이 굴러온 국내 공연계 관행에 정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