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풍경] 후보 부인들, 친근하되 튀지 않게


투표일 전날까지 대선 후보의 부인들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며’ 움직인다. 신발이 닳도록 외진 지역을 찾아가고 주저없이 찬물에 손을 담근다. 그러나 너무 나댄다는 인상을 줘서도 안되고,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안되며, 서민적이면서도 우아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 부인들은 이런 ‘모순적인’ 요구를 자신의 개성대로 소화해내며 부지런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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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후보 부인들의 내조경쟁이 뜨겁다. 사진 왼쪽부터 이명박 후보 부인 김윤옥씨,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씨,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 (연합뉴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는 ‘서민 콘셉트’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파란 목도리를 두르고 전국을 누비며, 현지 숙박도 마다않는다. 남편보다 더 대범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알려진 김씨는 유권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후보들 중 ‘우리 신랑’이 제일 잘 생겼다. 나는 그 작은 눈이 참 매력적”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재래시장 상인들과 악수하다가 싱싱한 도라지나 생강이 눈에 띄면 남편에게 끓여준다며 돈을 내민다. 김씨는 최근 한 여성잡지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재테크를 가장 잘했을 부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부인 민혜경씨는 ‘행복한 가족’을 강조한다. 그는 ‘가족행복’ 캠페인에서 남편에 이어 ‘행복배달부 2호’ 직함을 얻기도 했다. 민씨는 지난 3일엔 텔레비전 찬조연설에 나서 시댁 식구들을 알뜰히 보살핀 ‘현모양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정 후보를 효자이자 자상한 아버지로 소개했다. 민씨는 정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뒤 매일 새벽기도를 해온 덕분에 주황색 점퍼를 입고 매일 12시간씩 선거운동을 벌여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2차례의 대선 때 ‘너무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는 이번엔 ‘은근한 선거운동’을 택했다. 한씨는 지난 11일 불교신문 사장 취임 행사 때 축사를 맡았는데, 짤막하게 “축하한다”고만 말하고 단상을 내려오는 등 전면에 나선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한다. 한씨는 지역에 내려가서도 거리를 누비기보다는 인근 사찰을 찾고, 종교·복지시설 자원봉사 일정도 자주 잡는다.

문국현 후보의 부인 박수애씨는 ‘자원봉사형’이다. 보통 하루에 2~3곳씩 자원봉사를 하는 박씨는 “제가 문국현 후보의 아내 되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말한 뒤 곧장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2시간 가량 일에 몰입한다. 문 후보가 아내가 함께하면 힘이 난다고 말하기 때문에 티나지 않게 동행하는 일도 잦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부인 강지연씨는 ‘제2의 권영길’을 자처하며 정책을 공부하고 이를 여성·비정규직·농민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는 “권영길 후보의 ‘옆지기’ 강지연 당원”이라며, 민주노동당이 양성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한겨레) 이유주현 이본영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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