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지난주 국회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연이어 폭탄성 폭로를 하고, 이용철 변호사가 물증을 제시하자 국회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특검법과 별도로 검찰도 수사를 개시하였고, 이건희 회장에게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이제 검찰과 특검에 의해 차례차례 삼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삼성 내에서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얼마만큼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로비를 진행했는지,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와 검찰 내에 있는 '삼성장학생'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는 불법이 없었는지 등이 조사될 예정입니다.
삼성은 모든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항변합니다.
기업관련 단체에서는 경영환경이 어려운데 왜 기업범죄 수사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10년 전 우리나라가 왜 IMF 위기를 맞이했는지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삼성 관련 의혹 중 십분의 일만이라도 진실과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와 같은 썩은 관행을 제대로 도려내지 않고 봉합한다면, 기업은 속으로 더욱 썩어 들어갑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삼성의 주가가 떨어지고 경영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기업범죄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야 합니다.
그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삼성과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삼성이 나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점은 높이 칭찬해야 하며, 앞으로도 삼성이 그러한 역할을 잘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삼성이 불법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자신의 불법행위를 은폐하였다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나 '삼성왕국'으로 변질되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우리나라가 앞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겠지만, “기업범죄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선 안 됩니다.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함과 동시에, 기업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 역시 필요한 것입니다.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를 계기로 삼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윤리경영, 준법경영, 투명경영의 정도를 걷기를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습니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