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BBK 전 대표 김경준 씨에 대한 구속시한이 다가오면서 검찰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막바지 수사에 몰입하고 있다.
검찰은 김 씨 송환 이전부터 특별수사팀을 꾸려 기초 자료를 검토하면서 고발인·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송환 이후부터는 방대한 자료 분석과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이는 동시에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김재정 씨까지 조사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다스 및 BBK의 소유관계나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하게 된 경위, 김경준 씨가 제출한 이른바 한글 '이면계약서'의 진위 여부 등의 부분에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30일 이 후보의 주가조작 공모 혐의를 고발한 대통합민주신당측의 김종률 의원을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검찰이 조사하기로 한 점 등에 비춰 사건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계좌추적할 대상이 방대한 데다 사건의 열쇠를 쥔 일부 핵심 참고인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등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계좌추적·감정·참고인 조사 '상당한 성과' = 대검 문서감정실은 최근 '이면계약서 원본'에 이 후보 명의로 찍힌 도장 자체는 가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김 씨가 도장을 임의로 사용해 계약서를 만들었는지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계약서에 나오는 BBK 주식 소유관계 뿐만 아니라 이 회사에 190억 원을 투자한 ㈜다스의 실소유주는 누구인지, 김 씨의 주가조작 및 횡령 과정에 이 후보의 관여가 없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참고인 조사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수사팀은 최근까지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 씨와 비서 이진영 씨를 비롯해 옵셔널벤처스 직원, ㈜다스 김성우 사장을 조사했고 이날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를 소환 조사했다.
특히 한나라당 경선 당시 검찰 조사를 거부했던 참고인들까지도 이번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전된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해외계좌·참고인 국내 부재 등은 '걸림돌' = 반면 검찰이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데 필요한 일부 참고인들은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 씨의 동업자 오영석 씨와 이면계약서 작성 현장에 입회했다는 김 모 변호사, BBK 횡령금 384억여 원 중 104억 원이 흘러들어간 오리엔스캐피탈의 조 모 회장, BBK에 투자했다가 소송까지 벌인 심텍의 전 모 사장 등은 현재 국내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추적의 경우, 연결계좌에 대해서는 수시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데다 해외에 개설된 계좌들은 추적이 불가능해 역외펀드 및 외국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된 이번 사건의 자금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힘든 형편이다.
더구나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변호사는 최근 이 후보가 LKe뱅크 대표이던 2000년 3월부터 2001년 4월까지 184억 원이 BBK 계좌에서 LKe뱅크 계좌로 이동한 입출금 내역을 공개했고 대통합민주신당도 김경준 씨가 주가조작에 동원한 페이퍼컴퍼니와 이 후보 측근인 김백준 씨가 거래한 계좌를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등 새로운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는 "참고인 조사나 계좌추적에 어려움이 있지만 수사 절차에 대해 확인해 드리기 곤란하며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 이 후보 조사 여부 '막판 최대 고민' = 검찰로서는 이 후보의 조사 여부와 방식이 가장 큰 고민 이다.
김 씨의 구속시한인 12월5일 이전에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이 후보를 조사하지 않고 결론을 내린다면 수사가 미심쩍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대선 국면이 정점에 이르는 시점에 이 후보를 직접 소환하거나 서면질의 등 다른 방식으로라도 조사를 한다면 정치권의 공방을 야기할 수 있고 이 후보가 순순히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낮다.
이와 관련, 김 차장 검사는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히 실체를 규명해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것 외에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구속시한이 다가올 수록 수사팀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