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서 <뷰티풀게임>과 <헤어스프레이>를 중심으로 오리지널과 라이선스 얘기 좀 더해볼까요?
<뷰티풀게임>은 오리지널은 지금 우리나라 라이선스 작품보다 훨씬 정치색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념, 종교, 갈등같은 주제가 더 치열하고 무겁게 전개되고, 세트도 거의 없다고 하는군요.
또 중요한 차이점은 오리지널은 발레를 기반으로 한 안무를 보여준다면 라이선스 판에서는 우리가 흔히 즐겨보는 뮤지컬 댄스가 중심이지요.
설앤컴퍼니의 제작감독 조용신 씨에 따르면 우리 사정에 발레 댄스를 할 수 있는 배우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군요.
성악가 출신 뮤지컬 배우는 늘고 있는데, 안무 쪽을 보면 클래식에서 건너오는 경우가 적은가 봅니다.
여하튼 <뷰티풀게임>은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정치적 색채는 옅어졌고 쇼적인 점은 강조됐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축구 장면은 매우 박진감 넘치죠.
영국에서 오리지널을 보고 헝가리 버전도 본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도 우리 것이 제일 좋았다고 평가하더군요.
<뷰티풀게임>이 깐깐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개작이 이루어진건데, 원 교수는 뮤지컬 시장이 진화할수록 개작할 수 있는 권한이 커진다면서 웨버가 그만큼 우리 시장과 제작 역량에 대해 인정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뮤지컬 제작사의 라이선스 제작 역량이 어느정도 되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원 교수의 답은 이랬습니다.
"과거에 비해 진일보하고 마케팅적으로 진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창작에 버금가는 완성된 라이선스 시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서 <뷰티풀게임>이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까지 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우리의 경우 배우와 음악 파트는 많이 발전했지만 무대를 꾸미는 형식이 일본만큼 꼼꼼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정말 거의 완벽한 카피를 보여주는 수준까지 왔다는 겁니다.
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두달 전쯤인가 에이콤 윤호진 대표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얘길 들었는데, 우리 배우들의 역동성때문에 일본 극단 시키가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군요. 우리 배우들은 일본 배우들처럼 고분고분하지 않다면서.(^^)
양날의 劍같은 우리 민족의 바로 이 '역동성' 때문에 요즘 참 연말이 시끄럽습니다.
☞ [취재파일] 라이센스 뮤지컬의 한계
☞ [취재파일] 뮤지컬 배우들과 떡볶이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