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위작이다, 진품이다',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던 고 이중섭, 박수근 두 화백의 그림이 무더기로 가짜 판명을 받았습니다. 무려 2,829점이 가짜라고 검찰이 결론지었는데, 특히 이중섭 화백의 아들이 이번 위작 사건에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김윤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재작년 3월, 고 이중섭 화백의 아들 이태성 씨가 이 화백의 미발표작 8점을 경매시장에 내놓으면서 위작논란이 시작됐습니다.
4점이 고가에 낙찰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지만 이 씨는 50년 넘게 소장해온 작품이라며 위작논란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이 그림들은 경매 넉달 전쯤 한국고서협회 고문 김용수 씨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용수/한국고서연구회 고문 : 이태성 씨 부부를 초대했습니다. 그때 열장을 그냥 그분이 고른 겁니다. 그리고 가져갔습니다.]
김 씨는 문제의 그림들을 70년대 초 인사동에서 구입했고 모두 진품으로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와 이 씨가 짜고 위작을 진품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고 김 씨가 가지고 있던 이 화백의 그림 1069점과, 박수근 화백의 그림 1760점을 압수했습니다.
전문기관 감정 결과 모두 가짜로 판명됐습니다.
진품 두 점에 나오는 인물과 새가 한 장에 합쳐져 그려지는 베끼기와 합쳐 넣기의 수법으로 위작들이 대량생산됐습니다.
심지어 지난 56년 당시 중학생의 스케치북에 있던 그림이 박수근 화백의 작품으로 둔갑하기도 했습니다.
[이래란 할머니:(이것은 누가 그린거라 생각하세요?) 막내 남동생 이래중, 걔가 다섯 번째 맨위가 아홉 번째 내 뒤가 열 번째.]
또 두 화백이 살아있을 당시 구할 수 없었던 '펄' 물감이 사용된 사실도 수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씨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검찰 소환을 거부한 채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 화백의 아들은 기소 중지하거나,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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