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짧은 글 깊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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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가을엔 편지를 한단 노래가사도 있지만, 요즘 사실 편지 쓰는 사람 드물지요. 이메일도 귀찮아 문자메시지 날리는 세대에 명사들의 진솔한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는 편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주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날이 차오. 혹 쌩떽스의 글을 생각해본 적 있소.'

하오체가 새삼스러운 이 편지는 화가 김병종 씨가 1981년 당시 여대생이던 소설가 정미경 씨에게 쓴 연애 편지입니다.

지금은 김 씨의 부인이 된 정미경 씨는 열흘 뒤 답장을 보냅니다.

일곱 살 연상의 애인에게 쓴 마지막 인삿말 '안녕, 내 귀여운 바보'란 대목이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수인번호 1306번.

소설가 황석영 씨가 교도소에서 복역할 때 한승헌 변호사에게 보낸 엽서입니다.

'댓잎처럼 늘 푸르소서'란 대목이 눈에 띕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한 장영주가 17년 전 이어령 선생에게 보낸 엽서입니다.

'장관님, 미국에 오시면 꼭 우리집에 놀러오세요.'란 표현에서 10살 소녀의 감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미당 서정주 선생의 장남 승해 씨가 지난 71년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내년에는 깻잎을 더 많이 보내달라고 조릅니다.

[박명자/서울 홍은동 : 서로 이렇게 마음을 교감할 수 있는 그런 흔적을 여기서 찾고 싶어서 왔습니다.]

1955년 수필가 정명숙 씨가 남편인 소설가 조흔파 씨에게 남긴 쪽지, '아침에 자꾸 짜증만 부려서 미안했소. 허지만 당신 고집도 어지간하오.'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강인숙/영인문학관장 : 편지라는게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의 풍경을 가장 친한 사람에게 숨김 없이 보여주는 거니까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가.]

1984년, 파리에 머물던 불문학자 김화영이 시인 오탁번에게 보낸 엽서의 마지막 대목은 기다림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휴대폰 버튼을 눌러대는 요즘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종종 그 곳 소식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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