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배 타고 가는 성묘길' 애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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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 타고 가는 성묘길,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은 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애달픈 얘기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일 년에 단 한 번 고향 선상을 찾는 안동댐 수몰민들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이승익 기자입니다.

<기자>

선착장을 출발한 배가 시원하게 물살을 가릅니다.

평상복에 모자를 눌러 쓰고 성묘길에 오른 세 가족 8명이 오늘의 승객입니다.

뱃길에 스쳐가는 주변 풍경을 보노라면 30여 년 전 떠나온 고향마을 정경이 아른거려 잠시도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함께 온 젊은이에게 고향의 옛 모습을 설명해주는 초로의 성묘객 얼굴엔 짙은 향수가 배어있습니다.

자주 오지 못했지만 눈에 익은 고향마을 뒷 산인 만큼 조상 묘소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예초기로 벌초를 한 뒤에 낫이나 갈고리로 주변 정리를 하느라 잠시 쉴 새도 없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밖에 찾을 수 없는 조상의 묘, 그런만큼 벌초하는 손길에는 정성이 가득 배어 있습니다.

벌초를 마친 뒤에는 준비해온 음식물을 차려놓고 간단히 묘사를 올립니다.

다른 가문처럼 자주 묘소를 찾지 못하는 후손들은 늘 조상 뵐 면목이 없습니다.

[이태동/성묘객 : 1년에 한번씩 겨우 와서 한도 많고 조상님들한테 죄스럽고 잘 못찾아 뵈어서]

[이승건/성묘객 : 애들이 다 커서 외지에 나가고 전부 자손은 많지만 조상의 산소를 돌보는게 쉽겠나하는 걱정스런 마음입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뱃길 성묘지만 뜻하지 않게 실향민이 된 이들에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향을 다시 찾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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