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가수와 매니저는 부부 관계"

매니저 방윤태 이사 "싸이는 아티스트 고질병 없죠"


28일 오후 4시반 서울 압구정동 영화관 시네시티.

가수 싸이(29)가 매니저인 야마존뮤직 방윤태(32) 이사와 함께 영화 '라디오 스타'를 관람했다.

객석에 앉고 불이 꺼지자 싸이는 "저, 울지도 몰라요. 당황하지 마세요"라며 평소답지 않은 당부를 했다.

'라디오 스타'는 1988년 가수왕 최곤(박중훈)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진한 우정을 담은 작품.

이미 가요계에선 '가수와 매니저가 손잡고 봐야 할 영화'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곤이 영월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민수 형 돌아와~'라며 눈물로 호소하자 싸이와 방씨 둘다 소리 없이 눈물을 닦아낸다.

또 '조용필·신승훈·김건모'란 이름이 대사 곳곳에서 등장하고, 임백천과 김장훈의 카메오 출연에 '으하하' 박장대소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 싸이는 최곤이 박민수에게 한 것처럼 "형 담배, 형 라이터"라며 짓궂게 농을 건다.

한껏 감동에 젖어 근처 삼겹살집으로 자리를 옮겨 기분 좋게 소주잔을 부딪쳤다.

허심탄회하게 가수와 매니저, 싸이와 방씨의 관계에 대해 솔직·담백한 얘기를 들어봤다.

2001년 싸이의 데뷔 시절, 소속사인 팬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두 사람은 2004년 싸이가 독립해 야마존뮤직을 설립한 지금까지 6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1.'가수왕'인 로커 최곤은 폭행·음주·대마초 사건 등을 겪으며 미사리 카페촌 통기타 가수로 전락한다.

▲ 싸이(이하 싸) = 저도 영화와 비슷한 부분 많아요.

매니저가 형이죠.

최곤과 경우는 다르지만 이미 정상과 바닥을 경험했답니다.

2001년 데뷔곡 '새'로 뜬 후 그해 겨울 대마초 사건으로 고꾸라졌잖아요.

(윤태) 형이 절 잘 아는 게 그냥 내버려두더군요.

(박)중훈이 형이 촬영 중 '가수는 이럴 땐 기분이 어떻냐'고 전화로 물어왔는데 그래서였나?(웃음)

▲ 방윤태(이하 방) = 싸이는 어떤 일이 생겨도 전화 안 받고 '잠수 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차라리 술 마시자고 하죠.

이 일을 겪은 후 언젠가 술 마시면서 싸이가 '우린 서로 반대로 태어났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정상적인 구도는 매니저가 강성, 가수가 감성인데, 우린 반대'라고요.

▲ 싸 = 매니저는 가수 성향 따라간다는 말이 있어요.

형도 많이 달라졌죠.

저 처음 만났을 때 소주 세 잔이던 주량이 지금은 세 병이니까.

성질도 안 좋아진 것 같고.

처음엔 매니저가 위, 가수가 아래에서 출발하지만 가수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천칭 저울이 반대로 기울죠.

'새'로 떴을 때만 해도 형이나 저나 서로 자기 덕택이라 생각했으니까요.

#2.박민수는 최곤의 시중을 군말 없이 들어준다.

담배 대령, 자장면 비벼주기, 잠자리 관리까지.

▲ 싸 = 매니저에게 자장면까지 비벼 달라는 건 문제가 있죠.

최곤은 심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 톱스타가 된 친구들이 그런 경향이 있죠.

데뷔 때 미성년자였으니 매니저가 일일이 챙긴 탓이죠.

▲ 방 = 솔직히 담배 달라는 경우는 허다해요.

싸이는 무대 올라가기 전 담배를 피우는데 무대 의상에 담배를 넣을 수 없으니 '형 담배'라고 하죠.

▲ 싸 = 아마 6년간 형이 준 담배, 상당할 겁니다.

처음엔 '피우지 말고 올라가지' 하던 형이 지금은 그냥 줍니다.

무대 올라갈 때 형이 주는 담배는 안정제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이젠 공연 전 꼭 둘이 같이 피우죠.

형의 금연을 철저히 막고 있죠.

특히 술집에서 매니저에게 술값 깎으라고 하는 연예인도 있는데 전 절대 그 짓은 안 합니다.

연예인이 말해야 더 잘 깎아주거든요(웃음).

#3.박민수는 최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김밥집을 하는 아내, 어린 딸을 돌보지 못한다.

▲ 방 = 박민수의 처지에 공감이 가요.

박민수가 김밥집 문 앞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부분은 매니저의 어두운 단면이죠.

싸이가 한창 바쁠 때 친구 부친상으로 지방에 가야 했는데 회사에 말 못해 고민한 기억이 납니다.

개인 생활을 버려야 하지만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이 일 못합니다.

▲ 싸 = 제가 3년간 방위산업체에 근무했잖아요.

형은 제가 부탁한 신인가수 음반 프로모션 한번 외에 일절 다른 일을 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근무지에 주차공간이 없다며 3년간 매일 오전 7시30분 저를 출근시켜 준 사람이 바로 형이에요.

고3 수험생 아버지도 아니고.

고마웠죠.

▲ 방 = 영화 보며 '결혼하면 박민수 아내처럼 김밥 잘 말고, 요리 잘하는 여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사실 매니저는 '음악이 좋아서'를 넘어서 가수로 인해 대리만족을 느낄 때가 있어요.

가수가 상을 받으면 그 이상을 느끼죠.

#4.최곤은 영월에 라디오 진행자로 가던 중 '매니저 잘못 만나 이게 무슨 꼴이냐'라고 투정한다.

▲ 싸 = '매니저 잘못 만났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물론 불평이 있을 때도 있죠.

제가 대마초 사건을 겪은 후 보수적인 지역에선 무대에 서도 사람들이 안 모일 때가 있었어요.

전주 월드컵경기장 행사라고 해서 가봤더니 경기장 앞 간이 무대더군요.

게다가 그날 비가 와서 관객이 채 10명도 안됐고요.

최곤처럼 '서울로 차 돌려'라고 하고 싶었죠.

형 사전에 '펑크'란 없거든요.

'형과 절대 일 안한다'고 생각하며 무대에서 노래했어요.

▲ 방 = 미안한 마음에 앞이 하얗더군요.

무대 안 올라가려는 싸이의 마음도 이해됐고요.

저 역시 세우고 싶지 않았으니까.

TV 프로그램 중에도 출연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을 텐데 지금껏 말도 안되는 '곤조'(근성, 성깔의 일본어)를 부리며 거부한 적은 없어요.

싸이는 '아티스트의 고질병'이 없는 친구입니다.

▲ 싸 = 4집 컴백 후 제가 몰라보게 '곤조'가 심해졌더군요.

하지만 형이 잡아오는 스케줄을 무턱대고 안 한 적은 없어요.

물론 10번 중 한번은 '노(No)'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매니저를 우습게 안 알죠.

가수와 매니저는 부부 관계입니다.

가수가 남편이고 매니저는 부인인 팀, 그 반대인 팀도 있죠.

보통 연예인이 섭섭할 땐 매니저가 자신의 비즈니스를 위해 연예인을 이용할 때입니다.

그들의 더 큰 실수는 연예인이 모를 거라 생각한다는 거죠.

이런 게 쌓이면 결국 결별합니다.

#5.엔딩 장면, 최곤에게 돌아온 박민수는 비를 맞고 있는 그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재결합이다.

▲ 싸 = 미래에도 함께 할 거냐고요? 제게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우리 직업인데 제가 내려왔을 때 얼마나 많은 걸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죠.

조용필 선배처럼 음악적으로 '큰 존재'가 되거나, 이문세 선배처럼 멀티 플레이어로서 자질을 갖추거나, 양현석 선배처럼 탄탄한 사업체를 갖는 세 가지 길이 있어요.

이중 제가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형도 달라지겠죠.

언제까지 함께 할지는 서로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 방 = 싸이 말이 맞아요.

가수는 결국 매니저가 있더라도 본인이 중심을 잡고 만들어가야 해요.

전, 지금 싸이 옆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일은 내일을 모르는 것이지만 둘 다 대비를 많이 하는 성격입니다.

싸이 매니저를 안 했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테니 저도 발맞춰 노력할 겁니다.

#6.가수와 매니저가 생각하는 '라디오 스타' 명장면.

▲ 방 = 최곤의 곁을 떠나 아내와 지하철에서 김밥을 팔던 박민수.

그가 버스 안 라디오에서 '형 돌아와'라는 최곤의 말을 들으며 김밥을 우걱우걱 씹어먹는 장면을 꼽을래요.

그때 버스에서 잠자는 척 하던 아내가 '돌아가'라고 하잖아요.

코끝이 찡했어요.

▲ 싸 = 최곤은 자신이 DJ로 있던 라디오 공개방송 때 노래해달라는 관객의 권유를 끝내 뿌리치잖아요.

박민수가 왜 노래 안 했냐고 물었을 때 '노래하고 싶어질까봐'라는 말에 눈물이 났습니다.

늘 가수를 관두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가수는 노래할 때마다 예전 무대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요.

매니저는 무대 옆 시간이 그렇게 스쳐갈 겁니다.

나중에 무대에서 노래 안 하는 날, 누가 노래 시키면 저도 최곤과 똑같이 대답할 겁니다.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친 후 싸이의 GS홈쇼핑 광고 촬영차 함께 두바이로 떠났다.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뒷모습이 가슴을 뜨뜻하게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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