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지난달 26일 우리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즉 한미 FTA를 체결하기 위해 스크린쿼터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정부는 우리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스크린쿼터를 넘어선 마당에 현재 수준의 보호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 영화가 국내시장에서라도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며, 따라서 급격한 개방은 시기상조입니다.
무엇보다도 국제 영화시장은 미국 업체들의 독과점 때문에 원천적으로 "공정경쟁"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미국 외 나라들은 국내시장 보호나 보조금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입니다.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초창기에는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받았던 것도 바로 국제항공기 시장에서 미국업체들의 독과점 때문이었습니다.
국내 대기업체들의 독과점에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정부가 왜 미국 영화업체들의 독과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지 의문입니다.
정부는 대미 제조업 수출을 늘리기 위해 영화산업을 희생해서라도 한미 FTA를 맺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문화 다양성의 문제를 떠나서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아도 지극히 근시안적인 발상입니다.
우리 영화산업이 국제적으로 성공하여 "한국은 멋있는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주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우리 제조업 수출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정부는 한미 FTA가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 올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부 추산에 의해도 기대되는 효과 중 비교적 확실한 부분은 우리 국민소득의 0.5%도 안되는 미미한 것입니다.
그나마 이것도 농업, 서비스업, 일부 제조업 등 취약 분야의 구조조정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이렇게 미미하고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미래의 전략산업인 영화를 희생하고 농업을 황폐화시켜가면서까지 한미 FTA를 맺어야 할까요?
한미 FTA 문제에 대한 좀 더 냉철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