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천연의 빛깔이 내려앉아 단아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한복은 여인네들의 꿈이 서린 날개였습니다.
고궁과 마주하고 선 이 가게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우리 옷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고객과 상담중인 이상준 사장!
13년 전 24살 때 부모님의 뒤를 이어 3대째 가업을 대물림했습니다.
가업을 이을 당시, 마음의 갈등도 겪었지만 이사장은 곧 숙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상준/보신&준 대표(3대째 대물림) : 혼수를 하러온 사돈끼리 옷을 맞추면서 행복해 하는 걸 보고 가치있는 직업이구나, 생각하고 그 때부터 한복을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객들 대부분 대를 이어서 찾아오는 오랜 단골들입니다.
[이정혜/35년 단골 : 몇 십년째 입는데, 변화가 없다. 색이 바랜다든가 옷감 자체가 유행을 타지 않아서 아직도 입는다.]
한복 치수를 재는 이사장곁에서 일손을 거드는 어머니는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주단가게에서 값비싼 바단을 다루는 일은 주인 몫입니다.
보신의 후계자로 결정 된 뒤 이사장은 3년동안 허드렛일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가위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상준/보신&준 대표(3대째 대물림) : 처음 잡았을때는 너무 기뻤는데, 막상 가위를 들게 되니까 무겁게 느껴지고 함부로 천에 대기가 겁이 났었다. 책임감과 의무감이 많이 생겼다.]
그 첫 마음으로 가위를 잡은지 벌써 10년째지만 일센치미터만 어긋나도 비싼 옷감을 버리기 때문에 이사장은 가위를 잡을 때마다 긴장합니다.
가게 창업주는 이사장의 할아버지, 이병직옹!
황해도가 고향인 이옹은, 18살에 월남한 뒤 형님 주단 가게 일을 도왔습니다.
그 후 지난 1948년 독립해서 종로 보신각 옆에 '보신상회'를 열었습니다.
9년 전, 작고한 창업주가 강조한 경영철학은 신용과 고객 제일주의였습니다.
[김현숙/창업주 며느리 : 일단 우리 가게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은 다 왕처럼 모셔라, 그리고 속임수를 쓰지 말라.]
창업주의 또 다른 경영철학은 가위질 과정에서 생긴 실수에는 엄격했지만, 원단 개발과정에서는 한없이 관대한 것이었습니다.
한번 실패하면 한복 800여벌 분량의 원단이 못쓰게 되지만, 이옹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도전정신이 원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보신도안'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주단업계의 유행을 선도한 비결입니다.
지난 1970년대 초, 2대째 가업을 대물림했던 보신주단은 종로 주단골목의 터줏대감으로 명성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양장에 밀리고 혼수조차 돈으로 대신하는 분위기가 일면서 경기가 예전같지 않습니다.
변화가 필수인 시대!
가업을 대물림한 지 5년째 되던 해, 이 사장은 한복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상준/보신&준 대표(3년째 대물림) : 궁중복식이나 전통 한복을 공부하면서 우리 한복에 더 애착을 갖게 됐다.]
2년전, 이 사장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경복궁 근처로 가게를 이전하면서 상호도 바꾸고 고급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상준/보신&준 대표(3대째 대물림) : 자연염색이나 손염색 등 원단의 고급화, 다양화 쪽으로 노력하고 있고 전통은 변하지 않되 고객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요즘 3세대 주자인 이사장은 전세계에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한복 전도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전통은 고수하되 시대변화에 맞게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에서 이 가게의 기나긴 생명력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