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버리고 실종신고…'비정한 부모들'

찾아낸 장기 미아 32명 중 45%가 가짜 미아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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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 자녀가 장애가 있거나, 또는 자신이 재혼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자식을 버리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버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경찰에 허위 실종신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김천홍 기자의 '현장 속으로', 오늘은 비정한 부모를 고발합니다.

<기자>

지난 3월 12일 경찰은 실종된 어린이들을 찾기 위해 일선 서마다 미아 추적 전담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모두 32명의 어린이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수사관들의 표정은 한마디로 허탈 그 자체입니다.

찾아낸 32명의 어린이 가운데 14명이 부모가 몰래 버린 뒤 거짓으로 실종신고 한 이른바 가짜 미아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모란 경장/부산 경찰청 : 하다보면 허점이 있어요. 어차피 자기들이 허위로 (신고)한 거니까. 조작이 된 거니까. 그래서 결국은 진실을 밝혀냈을 때 수사관으로서는 많이 허탈했었구요.]

부산의 한 아파트. 지난 99년, 4살짜리 손자 서 모군을 경상북도의 어느 고아원 앞에 버리고 허위 실종신고를 냈던 친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서 모군 할머니 : 놔 보세요. 놔 보세요. 들어오지 마세요. 나한테 물어볼 것 없어요. 나는 대답할 게 없으니까요.]

한참이 지난 뒤 겨우 기자와 자리를 마주한 할머니는 손자가 중증 장애라고 털어놨습니다.

[일단 앞이 안보여요. 이제 알아들었습니까? 앞이 안보여요. 뇌성마비예요. 일단... 아무 것도 정상인 게 없어요. 저 혼자 제때 밥도 못 떠먹어요. ]

그러나 할머니가 손자를 버린 가장 큰 이유는 아들, 즉 서군 아버지의 재혼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몰래 버린 뒤 서군의 아버지는 재혼을 했습니다.

[(애 아버지는 지금 결혼했어요, 다시?) 예, 했지요. (결혼은 언제 했나요?) 그건 알 필요가 없잖아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뒤 할머니는 내 손주를 찾아달라며 울고 다니기까지 했습니다.

[동사무소 직원 : 본인(할머니)이 그 (손주 잃어버린) 얘기를 하면서 되게 마음 아파하고 또 눈물도 흘리고 하니까 저희가 깊이는 못 물어보구요. (아이 잃어버렸다고?) 예.]

신체가 온전한 딸들의 결혼 등 장래를 위해 중증 장애인 아들을 버린 부모도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김모씨 부부는 지난 97년, 태어난지 두달 된 아들을 부산의 한 고아원 앞에 버린 뒤 최근 실종신고를 냈습니다.

[김 모군 아버지 :(아이 유기하고 나서 몇년 있다가 실종 신고를 내셨는데요.) 6~7년 지났습니다. (6~7년이면 잊을만한데 왜 실종 신고를 다시 내셨어요? 6~7년 뒤에) 애가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가 날아와 가지고...]

부산의 한 재활원.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김군은 그동안 두 곳의 보육 시설을 거쳐 지난해 11월 이 곳에 왔습니다.

[윤영숙/재활교사 :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이렇게 착착 안기는 거 좋아하고. (안기는 걸 좋아한다구요?) 안아주는 걸 좋아하죠. 참 순해요.]

경찰 수사로 아들의 소재지까지 밝혀졌지만 엄마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김 모군 어머니 : (OO이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계속 거기(재활원) 있을 겁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그래요? 아니면 따님들 때문에 그래요?) 여러가지 있겠죠. 그 둘 다 포함돼서.] (따님들 장래 때문에요?) 그런 것도 있죠.]

비정한 부모들의 속임수에 경찰 수사는 상당부분 농락당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그 수사력이 모아졌더라면 벌써 아이를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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