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느릿느릿 여유있는 기차여행, 이젠 진짜 추억으로만 남게됐습니다. 속도의 혁명을 일으키며 달려온 고속철에 밀려 통일호가 사라집니다.
통일호의 마지막 여정, 조지현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기자>
작은 역 18곳으로 이어진 경춘선의 끝 춘천역.
해질녘 춘천역에 통일호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이제 못 보게 될 통일호의 모습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기관사 이진환씨도 섭섭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진환/기관사 : 제가 열차를 처음 탄 게 통일호거든요, 그런데 이제 마지막을 운전하려니까 안타깝고 서운하네요.]
지난 1955년 8월 15일, 통일을 기원하며 개통된 '통일호'는 당시 시속 80킬로미터의 초특급 열차였습니다.
[이옥순/서울 대치동: 오히려 고속철보다 더 설레고 더 좋았어요. 왜냐면 차도 잘 없었고, 버스도 없었어요. 그때는 ...]
1960년 무궁화호, 83년 새마을호가 등장하면서 특급열차 자리는 내줬지만, 48년동안 전국 6백여개 역을 누빈 서민의 발 통일호에는 5억명의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김영민/서울 이촌동 : 어릴 때 많이 봤던 게 통일호니까,타고 싶었죠. 동경의 대상이라고 해야 하나?]
내구연한 20년을 모두 넘긴 통일호는 출입문도 예전 그대로 수동식입니다.
"(이건 통일호만 이래요?)네, 통일호만 이렇습니다. "
내부시설이 아무리 낡았어도 용돈 넉넉지 못한 학생들은 통일호가 없어지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박동혁/대학생: 서른 명이 MT가는데, 통일호가 없어져서 9만원 정도 돈이 오버됐어요.]
승객들을 내려놓고 마지막 뒷모습을 남긴 채 사라지는 통일호.
이름처럼 통일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통일호와 함께 웃고 울었던 추억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