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전통이라든가 가업이란 말이 와닿지 않는 요즘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벌써 40년 넘게 전통 붓을 만들어 온 장인이 있습니다.
테마기획, 남달구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작은 아파트 2평 남짓한 공간이 42년째 전통붓에 매달려온 이인훈씨의 작업실입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입니다.
{이인훈(58)/전통붓 장인 : 웃대 어른들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붓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청설모 꼬리털로 만든 청모붓. 전문서예용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습니다. 털끝의 생명선이 길어 주로 비문글씨에 쓰는 장액붓은 노루 겨드랑이 털로 만듭니다.
세필, 중필, 대필이 하나로 된 삼동필. 선비들이 휴대용으로 지니던 붓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섬세해 족보 글씨 등에 최고로 꼽히는 황모붓. 족제비 털로 만드는 붓 중의 붓, 황모붓을 만드는 사람은 국내에서 이씨 뿐입니다.
{족제비 털도 꼬리, 꼬리도 가운데 중간 부분이 최고로 좋습니다.}
붓의 용도에 맞게 털을 마름질한 뒤 수십 번 섞어줍니다.
{털을 골고루 잘 배합해야 붓이 안 갈라지고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속심과 중간심, 겉, 세 겹으로 된 전통 붓 한 자루 만들려면 150차례 이상 손이 갑니다.
{작품하다가 안 되면 칼로 잘라버려야 합니다. 아깝지만 잘라버려야 다음에 좋은 작품 만들 수 있거든요.}
작가들 주문에 따라 동양화 붓, 솔잎 치는 붓, 스님들 불자 쓰는 붓 등 온갖 창작 붓도 고안해 냈습니다.
{이것은 청설모하고 족제비 털을 섞어 만든 붓인데 호랑이 털 치는 붓입니다}
값싼 중국산에 밀려 포기해 버리면 전통 붓은 누가 만드나. 평생의 고집이 한국혼을 이어갑니다.
{앞으로 저 자식에게 모든 기술을 전수를 시켜서 저보다 더 좋은 전통붓을 만들어 내는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