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어제(17일) 인천에서 자녀 3명과 함께 투신한 30대 주부의 얘기. 한 가족의 비애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이었습니다. 이 주부는 카드빚에 시달리다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승모 기자입니다.
<기자>
어린 세 아이와 함께 투신자살하려고 아파트 15층에 올라간 34살 손모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아이들 때문에 잠시 망설였습니다.
{이웃주민 : (아이가) 죽기 싫다고 했대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엄마가 애기를 토닥 거리면서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나 이내 여덟 살 첫째와 여섯 살 둘째를 계단 창문으로 던지고 자신도 세 살난 막내딸을 안은 채 몸을 던졌습니다.
손씨의 생활고는 남편이 3년 전 직장을 잃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카드 석 장으로 돌려막기를 하며 근근이 살림을 꾸려왔지만 카드빚은 어느새 2천만 원으로 불어났고 여기에 은행빚 천만 원이 더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카드사의 빚 독촉 전화.
{손씨 친척 : 카드회사에서 자꾸 전화하니까, 전화 코드를 빼놨다고 하더라고요.}
일감을 찾아 대전의 공사장에 내려갔던 남편은 믿기지 않는 비극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손씨 남편 : 지금 아이 얼굴 보고 싶어서 왔는데 물어봐도 아무 것도 몰라요.}
손씨가 남긴 마지막 말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짤막한 메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