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에도 시장경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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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2주 앞둔 지난 2주동안 저희 SBS 취재팀은 조중국경을 단독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북한 사회에서 불고 있는 시장경제의 바람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20일)은 첫번째 순서로 자본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북한 혜산시의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김천홍 기자입니다.

<기자>

압록강 건너 양강도 혜산시가 손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평일인데도 장마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립니다.

장마당 입구엔 혜산시농민시장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새롭게 내걸렸습니다. 불과 3년전 시장이라기 하기엔 너무 황량한 옛 모습은 오간데 없습니다. 행인들의 옷차림은 물론 장마당의 분위기가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행인들은 비집고 들어서자 쌀매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자루마다 흰쌀이 가득합니다. 미국에서 원조받은 쌀도 눈에 띕니다.

{상인}

"(1kg) 80원 (한국돈 320원), 조선쌀은 80, 중국쌀은 70(원)."

{이애란/97년 혜산 탈출}

"조선쌀도 상중하로 나누고, 옛날에는 조선쌀이 조금 쌌는데 지금은 조선쌀이 더 비싸고 그런 것을 봐서는 상품도 각양각색으로 바뀐 것같고..."

쌀매대 바로 옆에는 국수가게입니다. 점심때인지 손님들이 꽤 많습니다.

"기차게 잘했소. 하나?"

"먹을래? 안 먹을래?"

{이애란/97년 혜산 탈출}

"국수 그릇을 보니까 옛날보다 양이 많아졌고,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 봐도 좀 좋아지지 않았나"

또 다른 매대엔 김치와 젓갈, 나물같은 음식에서 옥수수로 만든 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습니다. 얼음과자와 사탕같은 단 것들도 등장했습니다.

"140 (한국돈 560원)"

"이거 하나에?"

"1kg..."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공산품들도 눈에 띕니다. 김정일 학습때 많이 쓰인다는 빨간 공책과 연필, 그리고 비누와 치약도 있습니다.

"중국거요?"

"인도네시아 거요. 제일 좋은 겁니다. 중국 것보다 인도네시아 것이 낫지 뭐."

이곳은 허용되지 않는 물품도 불법으로 유통됩니다. 특히 담배매대엔 군부대에서 유출된 군용 담배가 많습니다. '백승'이란 담배는 맛이 순해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그날 장마당에선 담배를 팔다 적발된 군인이 헌병에게 끌려가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혜산시 장마당엔 올해부터 상설매대가 등장했습니다. 매대에는 마른 건어물과 소금에 절여놓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냉동차로 수송된 생선도 눈에 띕니다. 생선들은 멀리 청진에서부터 수송됩니다.

"이건 얼마요?"

"300 (한국돈 1200원)"

"1kg에?"

"네"

{이애란/97년 혜산 탈출}

"냉동 생선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교통상황이 훨씬 좋아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빨리 와야 되니까..."

장마당 상인들은 붉은 색 전대를 찹니다. 붉은 색 전대를 차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믿음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7월 배급제가 폐지되고 임금이 대폭 인상된 뒤 모든 북한 주민들에겐 화폐는 종전 배급표를 대신하는 중요한 거래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대도시 장마당에서 시작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잔잔한 물결은 이제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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