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과 함께 하는 여 의사의 왕진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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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의료의 손길이 닿기 힘든 달동네를 찾아서 인술을 펼치는 의사가 있습니다.

테마기획, 조정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옥수동 달동네로 이어지는 비탈길. 갸냘픈 체구의 여 의사가 왕진가방을 들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올해 42살의 백인미씨. 백씨가 찾은 곳은 돌보는 사람없이 말기 폐암과 싸우고 있는 문오임 할머니댁입니다.

{백인미/우리집 의원 원장}

"할머니, 심장소리 좀 들을게요."

골방에서 외롭게 고통을 참아 오던 할머니는 백씨를 보자마자 함박 웃음을 터뜨립니다.

행당동에서 조그만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인미씨는 이렇게 3년동안을 변함없이 병든 노인들과 함께 했습니다.

한해 왕진횟수만 1500번. 힘이 달려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을 위해 언덕길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백인미/우리집 의원 원장}

"제가 드리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인데 어른들이 고마워하는 얼굴을 보면 제가 계속 진료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시는 것 같아요."

대학졸업 후 뇌종양으로 투병생활을 할 때 환자의 마음을 알게 됐다는 백인미씨. 30살이 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한 늦깍이 의사지만 평생 낮은 곳에서 봉사하며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조복달/중풍 3년 투병}

"내 딸 같이 고마와...허물 없고..."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찾을 수 없는 독거노인은 전국에 7만명이 넘습니다.

백씨는 이들과 의사들을 하나하나 연결해 주는 독거노인 주치의 맺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백인미/우리집 의원 원장}

"병원에 찾아오시는 분도 물론 성심성의껏 진료해드려야 겠지만, 의사 손길이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하는 것도 의사의 참된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뒤안길에서 고통받는 노인들이 단 한 명이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백인미씨는 사랑의 왕진가방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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