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대사관진입부터 제 3국행에 오르기까지 27시간은 탈북자들에겐 생애 가장 긴 시간이었을 겁니다.
베이징에서 이기성 특파원입니다.
<기자>
어제 오전 10시40분. 스페인 대사관으로 전격 진입한 탈북자들은 곧바로 대사관측의 간단한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는 중국어로 진행됐지만 말이 서툴러, 대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사관측은 이어 간단한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오후 3시, 대사관을 찾아온 외신기자에게 자신들의 심경을 밝힙니다.
{탈북자}
"각오하고 있습니다. 우린 죽어도 가겠습니다."
북한 정권에 속았다. 탈북 생활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면서 반드시 한국으로 가겠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탈북자}
"북한에서 정말 못살겠어서 넘어왔는데... 북한이 나를 그동안 속였어요."
이어서 의료진의 진료가 있었지만, 일행 중 한 사람이 미열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건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페인 대사관 관계자}
"물과 음식, 담요를 대사관에서 제공했습니다. 건강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녁 7시, 탈북자 일행들은 응접실에 남겨졌습니다. 목숨을 건 탈출을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기도 잠시, 방에는 길고 긴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침묵은 밤 10시쯤 이들에게 침구를 전달할 때까지 계속됐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탈북자들이 말을 되찾은 것은 제3국행이 결정된 11시 이후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오후 2시 5분. 25명의 탈북자는 환한 얼굴로 미니버스에 올라타 5년간의 긴 탈북행렬을 매듭짓는 마지막 여정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