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돈 한푼 안들이고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십억원씩 챙긴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은행의 대출 심사 과정이 허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윤영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신대방동의 한 아파트입니다. 지난 98년 10월 분양됐던 이 아파트는 당시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는 바람에 위치가 좋은데도 16채나 미분양됐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오랫 동안 나서지 않자 이 아파트 55평형 같은 경우는 분양가가 1년 반 만에 8천만원이나 떨어졌습니다. 구속된 홍모씨등 7명은 이런 미분양 아파트를 노렸습니다.
3억 8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분양가가 8천만원이나 떨어진 아파트를 1채에 2억 8천만원씩, 그것도 외상으로 사들였습니다.
미 분양된 아파트 16채를 한꺼번에 사겠다고 제의해 자금 압박에 몰린 분양회사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에는 최초 분양가 3억 8천만원에 산 것처럼 속여 1채에 2억 9천씩을 대출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아파트값 2억8천만원씩을 분양회사에 내고 대출금은 갚지 않아 차액 천만원씩 모두 1억 6천만원을 챙겼습니다.
감정 평가사는 이 과정에서 아파트 감정가를 높여주고 은행 직원은 이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박기준 부장/서울지검 북부지청}
"분양 계약서에 나타나는 분양가액만 기준으로 형식적인 대출 심사해 온 은행의 허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대출 사기를 벌여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챙긴 부동산 투자자 등 64명을 적발해 17명을 구속했습니다.